(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금융기관에 맡긴 적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적금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전체 금융기관의 적금관계대출 잔액은 7월 말 현재 2359억원으로 전월 대비 103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 2006년 1월의 2422억원 이후 4년 6개월 만에 가장 많은 규모이다.
이 상품 잔액은 경기침체에 따른 대출 수요 감소로 올 1월 1441억원으로 저점을 형성한 뒤 2월 1561억원, 3월 1779억원, 4월 1962억원, 5월 2135억원 등으로 높은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적금관계대출이란 적금 가입자가 일부 회차 이상 납부한 경우 이 적금을 담보로 만기금액 만큼의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예컨대 월 50만원짜리 1년 만기 적금에 가입해 2~3회차까지만 납입해도 만기금액에 해당하는 600만원을 한도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 대출은 일반적으로 경기가 활기를 띌 때 판매량이 늘어난다. 상품 특성상 적금에 묶인 돈을 해지하지 않고도 저리에 자금을 빌려 주식 등 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최근의 가파른 증가세가 투자심리 회복과는 관련이 적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시장 분위기가 대출을 받아 주식시장에 투자할 만큼 살아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H증권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 장기화로 마땅한 투자처가 실종된 상황서 대출을 받아 투자하려는 개인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가계 경기 침체로 생활자금 대출 수요가 적금관계대출로 몰렸을 거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일반적으로 이 대출 금리는 신용대출보다 낮다.
경기침체에 따른 대출수요 위축으로 올 상반기 당좌대출은 약 600억원, 할인어음 9000억원, 농업자금 1조2000억원 각각 감소했다. 이 와중에도 적금관계대출만 유독 증가한 점도 이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증시 회복 등으로 관련 대출 수요가 증가한 것은 일부 반영됐지만 주 목적은 생활자금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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