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태극 소녀들이 26일(한국시간)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열린 2010 국제축구연맹(FIFA) 17세 이하(U-17) 여자월드컵 결승에서 일본을 꺾고 한국축구 사상 처음으로 FIFA 주관대회 우승의 쾌거를 이뤘다.
본격적으로 여자축구가 시작된 지 이제 20년밖에 되지 않았고, 대한축구협회 등록 팀과 선수도 고작 65개 팀 1천450명에 불과한 현실을 고려하면 한국 여자축구의 세계 제패는 기적에 가깝다.
한국 여자축구가 짧은 역사와 취약한 저변에도 세계무대에서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데에는 현대가(家)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도 적지않은 밑거름이 됐다.
정몽준 FIFA 부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에 취임한 1993년. 당시 학교법인 현대학원 이사장이었던 정몽준 전 회장은 실무자를 불러 `한국축구는 남자보다 여자가 더 빨리 세계무대를 호령할 것'이라며 일단 중.고등학교 여자축구팀을 창단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당시 현대학원 사무국장이었던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사장에 따르면 대한양궁협회장도 지냈던 정몽준 전 회장이 여자 양궁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잇달아 딴 것을 예로 들며 여자축구도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뜻을 드러냈다.
하지만 여자축구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당시 선수 수급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팀 창단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재단 실무자와 학교 관계자가 울산을 비롯해 경남 지역을 돌며 선수를 뽑았다. 체격이 좋은 다른 종목 선수들이 많았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선수들의 진학, 진로 문제였다. 미래가 해결되지 않는데 막무가내로 선수들을 데려다 운동을 시킬 수가 없었다. 운동을 이어갈 수 있는 대학팀, 그리고 실업팀이 필요했다.
그렇게 해서 1993년 창단된 울산청운중을 시작으로 현대정보과학고-울산과학대-인천현대제철로 이어지는 현재 한국 여자축구의 중추라인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정몽준 전 회장은 이들 팀의 창단 비용은 물론 연간 운영비도 지원하도록 했다. 청운중과 현대정보과학고는 6∼7천만 원, 울산과학대가 1억 원, 인천제철이 약 20억 원, 여기에 어린이축구교실 운영비 등까지 포함해 여자축구팀을 꾸려나가는데 연간 수십 억 원이 드는데 이를 아까워하지 않았다.
게다가 전국체전 정식종목에 집어넣는 데 필요한 등록팀 수를 채우려고, 지금은 해체된 서울 현대고 여자축구팀을 창단시키기도 했다.
현재 청운중과 현대정보과학고-울산과학대-인천현대제철은 한국 여자축구의 중심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U-17 여자월드컵에 참가한 대표 선수 21명 중 현대정보과학고 소속이 6명으로 가장 많다.
일본과 결승에서 시원스런 중거리포로 우승에 큰 힘을 보탠 미드필더 이소담을 비롯해 공격수 주수진 김다혜, 미드필더 이금민과 김나리, 수비수 김수빈 등이 모두 현대정보과학고에 재학 중이다.
또 지난달 독일에서 끝난 FIFA 20세 이하(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했던 U-20 대표팀의 골키퍼 문소리, 수비수 정영아, 공격수 권은솜이 울산과학대에서 뛰고 있고, 공격수 정혜인은 현대제철 소속이다.
현대중공업스포츠단 사장과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도 맡은 권오갑 사장은 "정몽준 전 축구회장은 여자축구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다. 지난 18년간 투자와 관심이 이제 결실을 보는 것 같아 감회가 남다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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