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영은 기자) 아침 출근길에 예고 없이 내리는 굵은 빗줄기에 내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지난 추석연휴 첫날인 21일 시간당 100㎜가 넘는 기습폭우에 서울 곳곳이 물바다로 변했던 상황이 불연듯 떠올랐기 때문이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처럼 서울 시민이라면 누구나 잠시나마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서울시는 이번 수해로 인해 느낀 바가 많았던 것일까. 지난 23일 대대적인 수방대책을 발표하는 등 부산을 떨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빈수레'가 요란한 소리를 내 듯 서울시의 정책이 급조됐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다. 수방대책은 재탕 삼탕됐다는 재활용 논란에 휘말렸고, 수방대책과는 무관해 보이는 저소득층의 삶의 터전이 사라지게 될 운명에 처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최근 수방대책의 후속조치로 수해의 직격탄을 맞은 반지하주택의 신규공급을 억제하겠다는 기발하고도 배짱 두둑한 대책을 내놨다.
서울시에는 주택 326만가구 중 약 35만가구(10.7%)가 반지하주택이다. 결국 이 곳 주민들은 좋든, 싫든 삶의 터전인 셈이다.
서울시는 이를 대체할 주택을 값싸게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그럴 능력이 있을 지는 의문이다. 가뜩이나 재정난에 허덕이는 서울시가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재원확보는 사실상 어려워보이기 때문이다. 또 대체주택을 공급한다 하더라도 하루 벌어 먹고 사는 근빈층이 새주택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서울시는 조만간 이번 수방대책을 비난한 일부 주장에 대해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겠다는 방침이다. 재탕 삼탕식 정책과 그로 인해 서민들이 떠안아야하는 엉뚱한 피해보다 '오명' 벗기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안 그래도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는 요즘 더욱 정밀하고 근본적인 수해대책에 앞서 시민들을 위한 정책이 선행될 수는 없는지 묻고 싶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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