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LG의 인사원칙이 깨졌다. 지난 17일 LG전자는 이사회를 열고 임기가 남은 남용 부회장 대신에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남 부회장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는 하지만 사실상 경질로 받아들여지는 이번 인사는 그간 ‘인화’를 중시하는 LG 문화를 감안하면 이례적인 것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승승장구 하는 동안 나 홀로 부진에 빠진 LG전자는 이 같은 초강수를 통해 위기 탈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구원투수로 나선 구 부회장의 역량과 결단이 중요하다. 이에 아주경제신문은 구 부회장의 LG전자 경영을 예측·분석함으로써 향후 LG전자의 전망과 함께 한국 전자산업의 미래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아주경제 이하늘 기자) 지난 17일 이사회의 결정에 따라 LG전자는 7년 만에 오너경영 체제로 복귀했다. CEO 자리에는 과거 LG반도체와 LG필립스(현 LG디스플레이)의 수장을 맡았던 구본준 LG상사 부회장이 선임됐다.
한국의 전자산업을 선도했던 LG는 어느 순간부터 삼성에 대표주자 자리를 내어줬다. 특히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빠르게 변하는 전자산업 트렌드 속에서 LG의 대응이 늦어졌다는 비판도 있었다.
이번 구 부회장의 LG전자 대표이사 선임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인식에서 비롯됐다.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책임있는 의사결정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 특히 구 부회장은 그간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왔다. 전자산업을 경험했다는 것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 구본준 호 성공 여부, 오너경영 체제 시금석
이보다 중요한 것은 구본무 회장에서 3세인 구광모 LG전자 과장(32세)으로 이어지는 오너경영의 중간다리 역할을 위해 구 부회장이 중용됐다는 평가도 있다.
LG의 오너경영 승계 의지는 분명하다. 아들이 없던 구 회장은 2004년 동생인 희성그룹 구본능 회장의 아들인 구 과장을 양자로 입양했을 정도다.
때문에 올해 4분기와 내년 1, 2분기 LG전자의 성적표는 LG의 오너경영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7년 만에 오너경영체제로 돌아왔지만 그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오너체제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불거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구 부회장이 현재 LG전자의 어려운 상황을 반전시킬 능력을 갖췄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리고 있다.
◆ 매출 최대 4분기, 경영누수 우려도
17일 인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LG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4.7%포인트 급등했다. 이는 구 부회장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 하지만 이도 잠시, 27일 주가는 인사 전인 16일(9만7900원)보다 하락한 9만6500원에 마감했다. 단기 차익을 노린 반짝 급등에 끝난 것.
아울러 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4분기 LG전자 실적에 대해서도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조직의 역량을 다지고 마케팅에 ‘올인’해야 하는 시기에 갑작스런 수장 교체와 이에 따른 경영누수가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증권가에서는 4분기 LG전자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특히 구 부회장은 지난 2006년 9000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LG필립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업계에서는 당시 시장 상황에 대한 LG필립스의 대응이 부족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 英 이코노미스트 "구본준, 참신한 인재 아니다"
때문에 구 부회장의 LG전자가 빠르게 변하는 전자·IT시장에 적절히 대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과거 공격적인 경영을 펼쳤던 구 부회장의 스타일을 감안하면 LG전자는 큰 폭의 변혁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모험이 성공하면 다행이지만 실패할 경우 현재 위기보다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이닉스 인수를 비롯해 뒤처진 스마트폰 경쟁력과 프리미엄 TV 주도권, 유럽 가전 1위 경쟁 등 다양한 경영전선을 펼치고 있는 LG전자가 자칫 발을 헛 디딜 경우 회복불능에 빠질 수 있다는 것.
하이닉스 인수를 비롯해 뒤처진 스마트폰 경쟁력과 프리미엄 TV 주도권, 유럽 가전 1위 경쟁 등 다양한 경영전선을 펼치고 있는 LG전자가 자칫 발을 헛 디딜 경우 회복불능에 빠질 수 있다는 것.
한편 LG전자의 오너경영에 대한 해외의 평가 역시 우호적이지 않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25일자 기사를 통해 “LG를 회복시키는 일은 북한을 회생시키는 것만큼 힘든 작업이 아니지만 양측은 모두 최고 권력승계라는 까다로운 문제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인사를 북한의 권력 승계에 빗댔다.
특히 구 부회장에 대해 “그룹의 다양한 부문을 이끌었던 만큼 무능한 사람은 아니지만 참신한 인재로는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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