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원·달러 환율이 4개월 만에 1140원대에 진입했다. 9월 들어서만 벌써 42원이 떨어지는 등 하락세도 가파르다.
최근의 환율 하락은 미 달러화 약세와 위안화 강세, 경상수지 흑자 등 국내외 요인이 맞물린 데 따른 것이다.
이 같은 흐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올 연말 1110원선을 위협할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전거래일인 지난 24일보다 7.0원 하락한 1148.2원에 장을 마쳤다. 환율이 1140원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5월 18일의 1146.60원 이후 4개월여 만이다.
최근 원화 강세가 가파른 것은 '환율 전쟁'에 따른 달러화 약세가 가장 큰 이유이다. 현재 미국은 달러화 가치를 낮추기 위해 대내적으로는 달러 공급을 확대하고, 대외적으로는 위안화 등 경쟁통화에 대해 절상 압력을 넣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는 최근 미국 경제의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있다며 추가 양적 완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연준이 양적 완화에 나설 경우 달러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또 지난 24일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가 위안화 절상에 미온적인 중국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게 한 '공정무역을 위한 환율 개혁 법안'을 통과했다. 위안화가 절상될 경우 동아사이 통화의 동반 상승으로 이어져 원화가치는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국내 무역수지 흑자가 올 1~7월 175억5000만 달러에 달하는 등 안정적인 경기 성장세를 보고 있는 점도 원화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이 같은 글로벌 환율 기조가 당분간 지속될 거란 게 일반적인 전망이다.
서정훈 외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의 양적 완화 등에 따른 글로벌 달러화 약세로 환율하락 추세는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며 "다만 글로벌 환율 전쟁에 한국은 깊숙히 개입돼 있지 않아 하락폭은 가파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연말 환율이 1125~1135원 선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상무도 "환율이 추세적으로 떨어지겠지만 현재 속도는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전후해 속도조절이 있을 것이며, 연말께 환율은 1140원선에서 이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환율전쟁이 이제 막 본격화 된 만큼 연말 환율이 1100원선으로 내려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이 오는 11월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의 의장국인 만큼 당분간 외환시장 개입이 어렵다는 점도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한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현재는 미·중·일 3국 간 환율전쟁이 막이 오른 것에 불과하다"며 "한국은 G20 정상회의 의장국이기 때문에 환율 개입은 스무딩오퍼레이션(미세조정)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골드만삭스도 원·달러 환율 3개월 전망치를 기존의 1150원에서 1100원으로 하향 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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