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스 '한국전쟁' 신간출판.."DJ에 헌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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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09-28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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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1년 `한국전쟁의 기원'을 출간, 당시 한국전쟁을 바라보는 시각에 파장을 일으켰던 미국의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 석좌교수)가 새로운 한국 전쟁 관련 저서를 출간했다.

'한국전쟁'(The Korean War)라는 제목으로 이달 중순께 출판돼 미국 서점에 나온 288쪽 분량의 이 책은 30년 가까이만에 한국전쟁을 다시 한번 직접 다룬 저작으로 `한국전쟁의 기원'의 증보판이라고 할 수 있다.

커밍스는 이 책 서두에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헌정한다"라고 적어 김 전 대통령을 추모했다.

커밍스는 전통주의적 시각을 반박하는 수정주의의 대표 주자로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누가 방아쇠를 먼저 당겼느냐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한국전을 1945년 이후 해방공간에서 형성된 한국내부의 모순에서 비롯된 `내전'으로 성격을 규정했다.

커밍스의 이 같은 주장은 `남침 유도설' 또는 `남침 묵인설'로 명명돼 북한의 남침을 믿는 사람들로부터 비판을 받았고, 이 책은 80년대 공안당국의 `금서' 목록에 올랐다.

기존의 전통주의 시각은 물론 수정주의 이후의 새로운 시각들로부터도 공격을 받으며 줄곧 논쟁의 중심에 있었다.

또 커밍스의 시각은 주로 80년대까지 공개된 미국 측 자료에 의존하고 있고, 90년대 옛 소련의 전쟁 당시 외교문서가 공개되면서 김일성의 전쟁 책임론을 드러낸 새로운 사실들때문에 사료의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받았다.

커밍스가 이번에 출간한 `한국전쟁' 신간은 이같은 비판들에 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으며, 나아가 현재의 북한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정리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커밍스는 신간에서 올해가 한국전쟁 60주년이자 한일강제병합 100주년이라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일제 식민주의, 해방후 남.북의 일제청산 차이 등 한국전의 뿌리를 설명하며 한국전을 `내전'으로 해석하는 시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더불어 이 책은 "미국과 미국인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내놓으려는 문제의식을 끝까지 유지하며 이 책을 쓴 동기를 분명히 밝혔다.

커밍스는 서문에서 "이번 책은 근본적으로 한국인들의 전쟁(a conflict that is fundamentally Korean)이었던 한국전에 대해 미국인들을 위해, 미국인이 쓴 책"이라고 말했다.

미국인을 위해 이 책을 쓴 이유로 "지금 미국인들에게 한국전은 1950년 6월에 시작돼 1953년 7월에 끝났고, 미국인들이 주역이었다는 불과 몇마디로 요약된 이야기로 이해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커밍스는 "미국은 결코 미국의 적(북한)을 몰랐고, 지금도 여전히 모른다"며 "이 책에는 대다수 미국인들이 모르고, 또 아마 알기를 원치 않는 진실, 때때로 미국인의 자부심에 상처를 줄 만큼 충격적인 진실들을 밝히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고 강조했다.

주제별로 9개장으로 서술되고 있는 이 책은 한국전의 전개과정을 상세하게 묘사할 뿐 아니라 한국전이 냉전시대 미국의 세계정책에 미친 영향, 미국인들이 인식하는 한국전 등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다루지 않았던 주제까지 분석의 지평을 확대했다.

특히 한국전 당시 미군의 공습을 2차대전당시의 독일공습에 비유하며 처참한 피해를 실감나게 묘사했다.

결론으로 커밍스는 한국전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전쟁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순수하게 한국인간의 내전이었다면 식민주의, 민족분단, 외세개입으로 잉태된 긴장을 해소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진짜 비극은 전쟁 그자체가 아니다"라며 "비극은 전쟁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채 전전(戰前) 상태가 그대로 복원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커밍스는 "미국의 해외군사기지 구축을 구조화시키고, 미국을 세계의 경찰로 탈바꿈시킨 것은 2차대전이 아니라 바로 한국전쟁"이라며 한국전이 미국의 향후 대외전략에 미친 영향도 강조했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유력언론도 커밍스의 신간에 대해 서평을 통해 관심을 표명했다.

뉴욕타임스는 초판 발매를 앞둔 지난 8일 서평면을 통해 "커밍스는 수년동안 엄청난 연구를 했고 훌륭한 사료들을 발굴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그의 통찰력은 북한체제의 성격을 변명하는 경향때문에 기반이 약화된다"는 지적도 빼놓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난 12일 서평에서 "한국전이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커밍스의 주장은 한국이 여전히 분단돼 있고, 긴장상태가 계속된다는 점에서는 타당하지만, 대규모 전투가 재발하지 않고 있고, 한국이 구해졌고, 강대국간 충돌 가능성이 없는 방식으로 서방동맹이 구축됐다는 점에서는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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