측천무후(류자링.유가령)의 황제 즉위식을 눈앞에 두고 불상 공사가 한창인 어느 날. 조정에서 내려온 공사 감독관이 순시 도중 불에 타 숨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이 사건을 조사하던 조사관마저 불에 타 숨지자 조정은 발칵 뒤집히고, 측천무후는 반역죄로 복역 중이지만 유능한 조사관인 적인걸(류더화.유덕화)을 소환해 조사의 전권을 맡긴다.
적인걸은 측천무후의 최측근인 상관정아(리빙빙)와 함께 수사에 착수하면서 진범이 놓은 덫을 하나하나 파헤쳐 나간다.
'적인걸: 측천무후의 비밀'은 쉬커(서극) 감독이 '칠검'(2005) 이후 5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서극의 칼', 황비홍 시리즈 등 무협을 특기로 하는 쉬커 감독이 자신의 장기를 살려 다시 무협물에 도전했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훙진바오(홍금보)는 무술감독으로 쉬커 감독을 도왔다.
무술 전문가들이 손잡은 만큼 예상대로 무술장면은 다채롭고 멋지다. 채찍을 구사하는 리빙빙의 품새도 아름답고 류더화, 토니 륭 등이 보여주는 액션도 다소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정교하면서도 절도가 있다.
특히 귀(鬼)도시에서 벌어지는 4인 대결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라 해도 손색이 없다. 채찍, 도끼, 검 등이 마구 뒤섞이는데도 별로 혼란스럽다는 느낌은 주지 않는다.
일부 장면의 컴퓨터 그래픽(CG)도 눈길을 끌 만하다. 특히 불에 타서 죽는 장면은 여느 할리우드 작품 못지않게 실감 난다. 박찬욱 감독의 '박쥐'(2009)에서 CG를 담당했던 한국의 에이지웍스가 CG 작업에 참여했다.
1980년대부터 홍콩영화에 주연으로 나왔던 류더화나 류자링(劉嘉玲)의 모습이 다소 물리지만 묵은 장맛 같은 걸쭉한 연기를 선보인다. 특히 류자링의 도도한 연기는 압권이다.
배우들의 연기와 화면을 보는 즐거움은 있지만 스토리의 흡입력은 떨어지는 편이다. 이야기꾼과는 거리가 있는 쉬커 감독은 장기인 무협에 미스터리를 얹었으나 2시간이 넘는 스토리를 끌고 가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이야기적인 측면에서 영화는 중반 이후부터 자주 삐걱댄다. 측천무후에게 갑작스럽게 충성하는 적인걸의 모습은 의아스럽다. 적인걸과 상관정아의 로맨스는 채 싹트기도 전에 목숨까지 내놓는 사랑으로 점프한다.
총제작비만 224억원이 들었다.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new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