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견딜 수 없고 무엇을 허물어트리고 싶어서 나는 선생님을 찾았던 것일까."(42쪽)
소설가이자 화가인 이제하(73) 씨가 3년 만에 장편소설 '마초를 죽이려고'(문학에디션 뿔)를 펴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1월까지 인터넷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소설은 일생 진정한 스승을 찾아 헤매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도장장이, 합기도 사범 등을 스승으로 삼았던 남자는 열 번째 스승으로 모시고자 유명 화백 최홍명을 찾아간다.
여자친구의 꿈에 나왔다는 이유로 무작정 화백을 찾아간 주인공은 약속도 없이 "선생님을 뵈러 왔다"며 대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며칠을 버틴다.
그림을 배우러 간 것도, 밥을 얻어먹으려고 간 것도 아니었다. 단지 "선생님 댁 문이 열리기만 하면 이 아수라 같은 세상에서 한 가닥 길이라도 발견할 수 있으리라는 일념" 때문이었다.
"나는 뭘 배우러 온 것이 아니다. 더구나 그림 따위를 배우러 온 것은 더욱 아니다……. 벽이 앞을 가로막거든 밀어붙여라. 밀어젖힐 수가 없거든 부셔버려라……. 어디선가 몽롱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14쪽)
우여곡절 끝에 화백의 집에서 머물며 비서이자 제자로 살게 주인공은 그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인간이자 예술가로서의 욕망과 열망, 상처와 나약함을 목격한다.
소설은 주인공이 최홍명과 그의 아내, 화백의 42살 연하 연인 서채리 등 주변 인물들 속에서 겪는 여러 사건을 통해 진정한 스승이 사라진 현대사회의 비뚤어진 욕망, 가족, 권력, 예술의 본질을 그린다.
작가는 "혼란스럽고 제대로 된 가치와 질서가 없는 세상에서 주인공이 스승을 찾아가는 이야기"라며 "요즘 젊은 세대들은 아버지나 스승을 '마초'처럼 받아들이고 도외시하며 충동적인 선택으로 실수를 하지만, 그렇다고 다른 대안도 없고 존경할 만한 대상도 없는 세태를 그리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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