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29일 시작된 김황식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예상대로 부동시(양 눈의 시력 차)에 따른 병역면제가 가장 큰 쟁점이었지만 야당이 기대했던 ‘결정적 한 방’이 되진 못했다.
그간 민주당 등 야당은 김 후보자가 고교 시절엔 배드민턴 선수를 할 정도로 눈이 나쁘지 않았고, 1970년·71년엔 부동시가 아닌 갑상선 질환을 이유로 입영을 연기한 점을 들어 거듭 의혹을 제기해온 상황.
그러나 김 후보자가 최근 실시한 시력검사에서도 오른쪽이 0.1(-7디옵터), 왼쪽이 0.4(-1디옵터)로 양 눈의 굴절차가 6디옵터 정도 된다는 결과가 나오자, 야당의 공세도 상대적으로 무뎌졌다는 평가다.
때문에 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정부 고위관계자 가운데 유독 ‘군 면제자’가 많은 점을 지적하는가 하면, 청문자료 제출이 부실하단 점 등으로 ‘공격 포인트’를 바꾸는 모습을 보였다.
김유정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총리가 되면 대통령과 여당 대표와 함께 당·정·청 수뇌부 세 사람 모두가 병역면제다”며 “이런 정부·여당이 (18개월로 줄일 예정이던) 군 복무기간을 21개월로 늘리면 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도 “현재 (우리나라 남성의) 현역 군 복무율이 90% 수준이고 군 면제는 2.4%에 불과한데 내각은 군 면제가 23.1%나 된다”면서 “대통령 유고시 군을 통수해야 하는 총리까지 군 면제자가 된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일정 부분 공감을 표시하면서도 “군에 안 간 게 아니라 못 간 거다”, “총리직을 고사했던 가장 큰 이유도 병역면제 때문이었다”고 자신의 병역면제가 적법했음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가 병역면제 판정을 받은 1972년의 부동시 기준은 두 눈의 굴절차가 2디옵터였다.
또 그는 “대학교 1~2학년 때 시력이 나빠져 안경을 썼고, 사법시험 합격 뒤 안경을 바꾸러 안경점에 갔을 때 ‘짝눈이 심하다’고 했다”며 “대입과 사시준비를 위해 공부를 열심히 했는데 (부동시가) 그것과 관련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김 후보자는 답변 중 근시용과 원시용 안경을 번갈아 썼고, 이용경 창조한국당 의원이 차량 소유관계를 확인키 위해 사진을 보여주자 “잘 안 보인다”며 이 의원의 자리로 직접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갑상선 질환에 대해선 “2~3년 정도 약물치료를 받았다”면서 “4형제 가운데 형 3명은 물론, 아들도 병역을 제대로 마치는 등 도덕적으로 부족함이 있는 집안이 아니다”고 해명했다.
이에 한나라당 의원들도 “병역을 마쳤으면 좋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김기현)면서도 “제한송전이 있던 때에 촛불 밑에서 공부하다보니 눈이 나빠진 게 아니냐”(이두아), “난 다리가 불편해 병역이 면제됐지만 부동시는 겉으론 드러나지 않아 논란이 된 것 같다”(김재경)고 김 후보자를 엄호하고 나섰다. 박영아 의원의 경우 부동시에 관한 도표를 내보이며 김 후보자의 병역면제 경위를 대신 설명해주기까지 했다.
한편 김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출석 당시 총리 지명 여부에 대한 물음에 “알지 못한다”고 답하면서도 총리직 수락 소감문을 작성하고 있었다는 정범구 민주당 의원의 지적엔 “그날 아침에 소위 ‘모의청문회’를 했지만 ‘난 적임자가 아니니 숙고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기자들로부터 ‘내정됐다’는 소식이 들려와 청와대가 이미 공식 발표했을 경우를 대비한 것이다”고 해명했다.
광주지방법원장 재직시 누나가 총장으로 있는 동신대에 대한 특혜지원 시비와 관련해선 “그런 청탁을 받은 바 없고, 지방법원장이 그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없다”며 "누나도 내 성미를 알기 때문에 그런 부탁을 하지 않는다"고 결백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에 대한 청문회는 30일까지 진행되며, 국회는 다음달 1일 본회의를 열어 인준 여부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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