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10월11일 사직구장에서 롯데와 빙그레가 맞붙은 한국시리즈 3차전. 부산 감전초등학교 6학년인 어린 야구 선수가 시구자로 나섰다.
3만 명이 넘는 관중 앞에서 떨리는 '프로 첫 투구'를 한 투수 김사율(30)은 1999년 자신의 꿈과도 같았던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2010년 9월, 그는 비로소 가을잔치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김사율은 2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팀이 4-5로 역전을 당한 6회말 1사 이후 팀의 3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감격의 포스트시즌 첫 승을 따냈다.
1사 만루의 위기에서 등판한 김사율은 나오자마자 두산의 거포 최준석을 병살타로 잡으며 만루 위기를 무사히 끝냈고 이후 안타 1개만 맞으며 호투를 펼쳤다.
특히 8회말에는 이날 2안타 2타점을 기록한 임재철을 3구 삼진으로 솎아낸 데 이어 이종욱과 고영민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승리의 발판을 놨다.
롯데 타자들이 7회초 1점을 내며 동점을 만들었고, 9회초에는 전준우의 솔로홈런을 포함해 5점을 폭발하면서 김사율은 행운의 승리를 챙겼다.
김사율은 경남상고 시절 청소년 대표로도 뽑힐만큼 가능성을 인정받았지만 프로 생활 11년 동안 이렇다할 활약이 없었다.
2004년 야구계 병역비리 파문 뒤 정밀 신체검사에서 현역판정을 받고 2년 동안 팀을 떠나있기도 했다.
이후 2007년 복귀했지만 2009년까지 29경기만 나왔고 여전히 팀의 '주연'과는 거리가 멀었다.
지난 두 해 동안 팀이 준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출전 선수 명단에서 빠지면서 동료들의 활약을 지켜봐야만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52경기에 나와 1승(4패)에 5세이브와 5홀드를 올렸고 시즌 막판까지 최근 좋은 컨디션을 보이며 제리 로이스터 감독의 신임을 받아 준플레이오프 선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프로 데뷔 후 첫 포스트시즌을 맞아 김사율의 각오는 남달랐다. "늘 베스트 피칭을 해왔고 이번에도 최선을 다할것"이라며 자신감도 넘쳤다.
그리고 그 자신감을 몸소 증명했다. 롯데의 불펜과 뒷문이 불안한 상황에서 가을잔치 첫 경기부터 확실한 믿음을 심어주며 앞으로의 활약도 예고했다.
new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