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건설업계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M&A(인수·합병) 시장에 나온 대형 건설사들의 새 주인 찾기가 본격화되면서 건설사도 지주회사 아래 계열사 형태로 재편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경기 회복이 늦어지고 있어 일부 대형 매물을 제외한 대다수는 새주인을 찾는 작업이 내년 이후로 연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3일 건설업계와 M&A시장에 따르면 현재 건설M&A 매물로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을 비롯해 쌍용건설, 신성건설, 남양건설 등이 시장에 나와 있다.
지각변동의 시작은 건설업계 1위 기업인 현대건설이 '스타트'를 끊었다. 올해안에 현대건설 매각을 끝내겠다는 채권단의 강한 의지속에 지난 1일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 컨소시엄이 인수의향서(LOI)를 제출, 2파전으로 굳어졌다.
외환은행 등 채권단은 오는 11월12일 본입찰을 실시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연말까지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채권단은 보유지분 34.88%를 매각할 계획인데 매각가격은 3조6000억원대를 넘어 4조원대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M&A가 연말안에 마무리되면 현대건설은 그룹의 한 계열사로 재편돼 지주회사의 제약을 받게 된다. 2001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후 채권단 관리속에 독자경영을 해온지 10년만이다.
현대건설보다 앞서 M&A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던 대우건설 매각작업은 현대건설 인수전 이후 속도를 낼 전망이다. 이미 산업은행이 설립하는 사모투자펀드(PEF)가 인수를 결정한 상태여서 인수 작업이 늦어도 11월을 넘기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산은 PEF는 당초 대우건설 지분 50%+1주를 약 2조9000억원대에 인수하려 했으나 인수 지분은 40%대로 낮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인수가격은 2조5000억원대가 될 전망이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보유하고 있는 쌍용건설의 새주인찾기 시기도 관심사다. 캠코는 대우인터내셔널 매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지으면서 쌍용건설 M&A도 서두르려는 분위기다. 현재 캠코가 보유 중인 주요 매각대상업체 지분은 쌍용건설 지분 38.7%에 이른다.
하지만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에 밀려 매각 시기는 다소 늦어질 전망이다. 더구나 2008년 쌍용건설 매각이 한 차례 실패한 경험이 있어 섣불리 쌍용건설을 M&A 시장에 내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매각이 끝나더라도 건설경기 회복이 더디면 쌍용건설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2008년에도 인수의사를 밝혔던 후보군들이 시장침체로 뒤늦게 포기한 전례가 있다. 하락세가 계속되고 있는 주가도 캠코에 부담이 되고 있다.
부도를 맞은 신성건설 매각은 3수 끝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우진정밀이 선정돼 이르면 이달말 계약이 체결될 전망이다.
워크아웃에 놓인 남광토건의 매각설도 여전히 나오고 있다. 모회사 형태인 대한전선이 한동안 매각을 검토했지만 워크아웃에 돌입하게 된 이상 일정을 미룰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대형매물인 현대건설과 대우건설 이외의 중견건설사의 인수전 시기는 건설업 경기회복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한 M&A 관계자는 "몇년전 건설사를 인수했던 투자자들이 건설업 침체로 시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인수한 꼴이 돼 현재는 훨씬 신중해졌다"며 "시장 상황이나 주가 회복이 이뤄져야 건설 M&A가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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