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오르는데 시중금리 바닥… 딜레마 빠진 한은

(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국내 물가상승률이 심상치 않다. 지난 9월 한국은행의 예상치를 뛰어넘는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이달에도 상승폭이 상당할 전망이다.

반면 시중금리는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상태다. 이 때문에 이달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물가상승률, 한은 예상치 웃돌아

신운 한은 물가분석팀장은 3일 "자체 모니터링 결과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에 머물 것으로 봤는데 3.6%를 기록해 예상을 훌쩍 넘겼다"고 밝혔다.

지난달 물가상승률 급등이 농산물 수급 차질에서 비롯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 동안 농산물 가격의 상승률이 오랫동안 지속됐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선식품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3월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특히 지난 5월 9.9%에서 6월 13.5%, 7월 16.1%, 8월 20.0%, 9월 45.5%로 급등세를 타고 있다.

신 팀장은 "농산물 가격은 이상 기후 탓에 작황이 부진해 공급 부족으로 오르기 시작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수요 요인과 공급 요인의 구별은 무의미해진다"며 "체감 물가에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가공식품과 서비스요금 등으로 가격 오름세가 확산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달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지난해 같은 달의 전월 대비 상승률이 마이너스였다는 점을 고려한 기저효과가 작용해 꽤 높을 것으로 본다"며 "상당 수 기업의 누적된 원가 상승분이 반영되면 물가 압력이 눈에 띄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 이달 기준금리 인상되나

시중금리가 바닥을 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이 꿈틀대면서 실질금리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최근 채권금리 하락세가 반영되면서 연 3%대로 하락했다. 3%대 예금금리에 3.6%의 물가상승률을 빼고 세금까지 공제할 경우 은행에 돈을 예치하면 손해를 보는 마이너스 금리가 된다.

시장금리 하락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은행 수신과 채권으로 자금이 계속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국고채 3년물 금리는 3.26%를 기록해 사상 최저치에 0.02%포인트 차로 다가섰다.

이에 따라 이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만 경기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금리 인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달 경기선행지수와 동행지수는 동반 하락했다.

수출경쟁력과 직결되는 환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기준금리 인상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1일 원·달러 환율은 1130원선으로 하락하면서 지난 5월 15일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기준금리를 올릴 경우 선진국과의 금리 격차가 확대돼 환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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