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일본 정부가 침묵의 환율 방어전략을 통해 깜짝효과를 노리며 엔이 더 오르기를 절치부심 기다리고 있다.
지난달 15일 일본은행(BOJ)은 엔고를 저지하기 위해 기습적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하면서 엔·달러환율을 85엔 가까이 끌어 올렸다.
당시 BOJ는 엔·달러 환율이 82.87엔까지 떨어지면서 엔이 초강세를 보이자 2조엔을 외환시장에 쏟아 붓는 방식으로 엔가치를 떨어뜨렸다.
하지만 정부의 외환개입에도 불구하고 최근 엔가치는 개입이전 수준으로 다시 돌아오면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5일 오전 10시 48분 현재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뉴욕종가 대비 0.18% 오른 83.51엔을 기록하며 엔가치는 개입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있는 중이다.
지난 한달간 엔달러 환율 추이 (출처: 톰슨로이터) |
강세로 돌아선 엔으로 시장은 추가적인 외환개입에 대한 전망을 쏟아내고 있지만 BOJ는 침묵으로 일관하며 묵묵부답이다.
성공적인 개입의 핵심요소인 '깜짝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달러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 분석했다.
달러가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 외환시장에서 정부개입을 통한 충격파를 극대화하기 위해서 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엔달러 환율이 82.87엔 밑으로 더 떨어질 때까지 BOJ는 참고 기다릴 것이라고 WSJ은 내다봤다.
야마모토 마사후미 바클레이스캐피탈 외환수석전략가는 "달러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BOJ는 추가적인 개입에 나서기 보다 폭풍이 지나가기를 기다릴 것"이라며 "기다릴 수록 엔가치가 높아지면서 달러에 대한 더 강력한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말했다.
환차익을 노리는 단기투자자들의 애를 닳게 해 외환시장에 대한 기습적인 개입효과를 배가시키려는 의도도 있다.
투자은행인 UBS는 최근 보고서에서 "BOJ는 선별적인 개입을 통해 내다 파는 엔당 누릴 수 있는 효과를 최대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오는 11월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가 경기부양을 위해 추가적인 통화완화조치를 발표하면서 달러가 더 떨어질 때까지 기다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달러가 더 떨어질 경우 일본 정부의 인위적인 외환시장 개입에 대한 명분이 서면서 각국 정부의 비난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환율전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국제적인 공조에 대한 논의도 일고 있다.
국제금융연합회(IIF)는 지난 4일 전 세계 420여개 대형은행 및 금융기관 회원사들이 글로벌 경제의 균형을 잡기 위해 새로운 환율협약이 필요하다는 데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찰스 달라라 IFF총재는 "세계 경제 선도국들이 힘을 합해 환율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며 "제2의 '플라자합의'와 유사한 형태의 환율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달라라총재는 1985년 초강세를 보이던 엔을 누그러뜨리는 데에 국제적인 공조를 이끌었던 플라자합의의 미국측 실무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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