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만난 박세원 서울시립오페라단장은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서울시립오페라단은 오는 14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안드레아 셰니에'를 무대에 올린다.
이 작품은 프랑스 혁명에 가담했다가 32세의 젊은 나이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진 프랑스의 시인 앙드레 셰니에(Andre Chenier.1762-1794)의 실화를 바탕으로 쓰인 오페라다.
19세기 후반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유행한 베리스모 오페라(사실주의 오페라)의 대표작 중 하나로, 박 단장과는 인연이 깊은 작품이기도 하다.
그가 몸담은 서울시립오페라단이 1985년 국내 초연한 작품인 데다 1992년 두 번째 국내 공연 시 그가 타이틀 롤을 맡았기 때문. 이번에는 예술 총감독을 맡아 그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만 해도 '안드레아 셰니에'가 대규모 오페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인 데다 스태프의 기술도 충분하지 못했죠. 그래서 연출자, 예술감독, 지휘자, 심지어 의상 디자이너까지 외국인을 불러서 공연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지휘자를 제외한 모든 스태프가 한국인입니다. 성악가들의 수준도 높아져 셰니에는 물론 여주인공이자 셰니에의 연인인 마딸레나, 마딸레나를 사랑하는 혁명가 제라르 역도 모두 한국인 성악가가 출연합니다. 훌륭한 인재들이 많아 이제는 우리 힘으로 제작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는 개인적으로도 애착이 있는 작품이기에 출연진에게 의도치 않게 '잔소리'를 많이 늘어놓는다고 한다.
"당시에 아쉬웠던 점을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성악가들에게 요구하다 보니 아무래도 잔소리가 많아지네요.(웃음)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뚫고 3천 석이나 되는 객석까지 목소리가 도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연기와 표현력까지 주문하고 있거든요."
'안드레아 셰니에'는 외국에서는 종종 공연되지만 국내에서는 이번 무대가 4번째 공연일 정도로 자주 접하기 어려웠던 오페라다. "1992년 공연 때 관객이 많이 오지 않아 아쉬웠다"는 박 단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유럽에서는 매우 인기있는 작품이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자주 공연이 안 됐습니다. 아마 남북관계와 이념문제 등 때문이겠죠. 하지만 크게 보면 이 작품은 결국은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프랑스 대혁명이라는 격동기를 배경으로 조국에 대한 사랑과 친구와의 우정, 연인과의 사랑 등을 다루고 있거든요. 매우 극적인 작품이죠."
그는 '안드레아 셰니에'를 현대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지 않고 원작을 충실히 다룰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격동기를 다루거나 내용이 복잡한 작품일수록 정통성을 찾아야 합니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시대 배경과 상황, 그리고 당시 사람들의 감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무대에 올려야 합니다. 그래야 관객이 원작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감동할 수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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