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기록 삭제했는데…신용등급 오히려 하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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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05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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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거래 실적 없어" 신평사 이상한 등급기준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 사업에 실패한 후 빚더미에 올라 앉았던 이경호(가명)씨는 채무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해 일부 채무를 탕감받았다.

이씨는 나머지 채무를 3년간 성실히 변제해 지난 8월 은행연합회 전산에 등재돼 있던 공공정보(파산·개인회생·워크아웃 등의 기록)가 삭제됐다.

그러나 공공정보 삭제 후 개인 신용평가사인 한국신용평가정보는 이씨의 신용등급을 6등급에서 8등급으로 하향 조정했다. 3년 동안 금융거래 실적이 없었다는 게 이유였다.

이씨는 "불량정보로 분류되는 공공정보가 삭제됐는데도 신용등급이 떨어진 것은 말도 안 된다"며 "그 동안 어려운 살림에도 열심히 빚을 갚았던 게 후회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신용평가사의 개인 신용등급 산출 체계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신용평가 과정에서 금융거래 실적만 지나치게 강조하면서 공공정보 삭제 등 금융소비자들에게 유리한 기록은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개인 신용평가사는 한국신용평가정보, 한국신용정보, 코리아크레딧뷰로(KCB) 등 3곳이다.

은행 등 금융회사와의 거래에 개인 신용등급이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신평사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신평사는 개인 신용평가를 할 때 금융거래 실적을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한다. 이 때문에 이씨처럼 정상적인 금융거래가 어려운 금융소외자들은 차별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신용평가정보 측은 "공공정보가 삭제되면서 신용평가에 활용할 자료도 함께 없어진 셈"이라며 "금융거래 실적이 전무해 과거 저축은행에서 신용조회를 한 기록만으로 신용등급을 산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공공정보가 등재되거나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층은 금융회사 문턱을 넘기가 어렵다. 은행 등은 이들에 대해 대출·카드발급 등에서 눈에 보이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

결국 현재 신용평가 체계가 존속하는 한 금융소외자들은 금융거래 불가능-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가 불가능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거래 실적이 없거나 미미한 서민들을 위해 미국 등 선진국처럼 세금·건강보험·국민연금 납부 기록 등 우량정보를 신용평가 과정에서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인호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연체 등 부정적인 정보에 의존해 신용등급을 산출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정보도 많이 반영해야 한다"며 "또 금융소비자들이 자신의 신용평가 결과를 열람하고 틀린 부분은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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