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용덕한, '최고 해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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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05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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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긴장해서 잠도 못잤지만 1년치 안타를 다 쳤다"

아무도 기대치 않았던 두산의 수비형 백업 포수 용덕한(29)이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에서 최고 해결사로 빛났다.

투수가 경기를 더욱 지배하는 단기전에서 타자가 두 경기를 책임지기는 어렵지만 용덕한은 두 경기 연속으로 결승타를 때려내며 시리즈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용덕한은 5일 잠실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준플레이오프(5전3선승제) 5차전에서 0-0으로 맞선 2회 말 1사 1, 2루에서 2루타를 날려 균형을 깨뜨리는 결승 2타점을 올렸다.

그는 지난 3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4차전에서도 2-2로 맞선 6회 1사 2루에서 결승타를 때려 1승2패로 벼랑에 몰린 두산의 구원자가 됐다.

용덕한이 정규시즌에 결승타를 때린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매우 뜻밖의 일이다.

포스트시즌을 준비하던 두산 코치진은 물론 용덕한 자신도 '가을 사나이'가 되리라고 생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용덕한은 4차전에서 배장호에게서 결승타를 때리고서 "나는 지금까지 옆구리 투수의 공을 쳐본 기억이 없다"고 말할 정도였다.

2004년 프로에 입문한 용덕한은 방망이에 소질을 인정받지 못하던 수비형 포수다.

튼실한 수비 덕분에 작년에 주전 자리를 잡았으나 올해는 신인 포수 양의지가 20홈런 고지에 오르는 등 불방망이를 휘둘러 다시 백업으로 전락했다.

용덕한은 지난 4차전에서 선발로 나온 양의지가 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교체 투입됐고 김경문 두산 감독의 '감(感) 야구' 덕분에 5차전에는 선발로 낙점됐다.

김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용덕한을 선발 라인업에 포함한 이유에 대해 "`무드'가 중요한데 용덕한이 한 건을 해낼 것 같은 무드가 있다"고 말했다.

용덕한은 김 감독의 감을 입증하듯이 날아다녔다.

결승타를 때린 뒤 3회에는 깨끗한 희생플라이로 쐐기 타점을 박았다.

그것도 모자라 5회에는 다시 2루타로 장타를 날렸으며 6회에는 빠른 발로 내야 안타를 빼앗고 도루까지 성공했다.

이날 3타수 3안타 3타점 2득점을 올린 용덕한은 기자단 투표에서 전체 66표 중 압도적인 45표를 얻어 팀 동료인 이종욱(11표)과 김선우, 손시헌(이상 4표), 레스 왈론드(2표)를 따돌리고 준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 영예를 안았다.

용덕한은 "밥도 잘 못먹고 잠도 잘 못 잤는데 컨디션이 좋았고 타격감도 좋았다"며 "어려운 경기가 될 줄 알고 집중력을 놓치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경기가 의외로 쉽게 풀려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패를 당한 뒤 3차전에서 선발로 나왔다가 번트를 실패한 뒤에 바로 교체돼버렸는데 그때부터는 너무 긴장을 해서 잠도 못잤다"고 털어놓았다.

용덕한은 "내가 정규시즌에 안타를 6개밖에 못쳤는데 준플레이오프에서 6안타를 쳤다"며 "1년치 안타를 이번에 모두 친 셈"이라며 활짝 웃었다.

그는 "투수들이 편하게 던질 수 있도록 포수로서 원래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하도록 노력하겠다"며 다가오는 삼성과 플레이오프에 대한 각오를 밝혔다.

오랜 시간 조연으로 머무르면서 마음을 썩이던 용덕한에게 새로운 성공시대가 이제 막 시작되는 조짐이다.

news@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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