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지배구조 결국 '관치' 회오리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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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11 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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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금융실명제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은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년간 유지해 왔던 권좌를 내놓게 될 전망이다.

더이상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는 것은 명분도 실리도 없기 때문이다.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신상훈 사장과 5억원 수수 의혹에 휩싸인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물러날 공산이 크다. KB금융지주에 이어 국내 리딩 금융그룹이 또 한 번 경영진 공백 사태를 맡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제 '포스트 라응찬' 체제를 어떻게 구축할지가 당면 과제가 됐다. 신한금융과 금융권 모두 관치는 안 된다고 강변하고 있지만,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기 위해 결국 금융당국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는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 라응찬, 20년 권좌 내놓을까

금감원은 라 회장에 대해 '직무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방침이다. 오는 12일로 예정된 국정감사 전에 조사 결과를 발표하겠다는 당초 약속을 지킨 셈이다.

고의로 예금거래에 대한 실명 확인 의무를 위반하고 위반 금액이 3억원을 초과할 때 그 행위자는 정직 이상의 제재를 받게 된다.

금감원은 라 회장이 행위를 지시하거나 적극 개입한 행위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다음달 4일 개최될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징계가 확정되면 라 회장은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유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회장직에 연연할 경우 리더십이 훼손돼 '명분'을 잃게 되고, 조직 와해와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해 '실리'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라 회장은 은행장과 지주사 회장 등 CEO로만 20년을 보냈지만, 결국 과욕이 화를 불러 불명예 퇴진의 기로에 서게 됐다.

금감원은 신 사장에 대해서도 경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라 회장이 은행장으로 재직할 때 차명계좌를 만들고 운용하는데 관여했다는 이유에서다.

불법대출과 이희건 명예회장의 자문료 횡령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신 사장은 금감원 징계까지 받을 경우 '권토중래'를 포기해야 한다.

이번 징계 대상에서는 빠졌지만 이 행장도 무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에서는 라 회장을 부추겨 신한사태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이 행장을 꼽고 있다.

여기에 최근 재일동포 주주로부터 5억원을 받아 챙겼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었다. 조직 내 신뢰도는 이미 바닥이다.

신한사태 발생 후 금융권이 제기했던 '빅3' 동반퇴진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 '포스트 라응찬' 체제 윤곽은?

신한금융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재일교포 주주들은 오는 14일 일본에서 회동을 갖고 사태 수습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현재 신한금융 측에서 회의 개최를 강력히 반대하고 있어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한 재일교포 주주는 "이번 사태에 관여된 당사자가 아닌 중립적인 인사를 불러 설명을 듣는 자리"라며 "회의가 열린다면 라 회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논의하겠지만 신한금융 측이 자제를 요청하고 있어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에 머물고 있는 라 회장과 이 행장도 조기 귀국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일교포 주주들과 현 경영진이 대책 마련에 나선다고 해도 뾰족한 수를 찾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미 공은 금융당국으로 넘어갔다는 회의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라 회장과 신 사장, 이 행장 등이 동반퇴진할 경우 당국이 경영진 선임 과정에 개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미 수많은 인사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KB금융과 마찬가지로 회장은 외부에서 공모를 통해 선임하고 사장은 관료 출신, 은행장은 내부 출신이 맡는 쪽으로 지배구조 재편 작업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내부적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단계는 이미 지난 것 같다"며 "그 동안 탄탄대로를 달려왔던 신한금융도 결국 극심한 외풍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gggtttppp@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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