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햇볕에 빨래를 말리자."
영국 BBC 방송이 미국과 유럽 국가들에서 벌어지고 있는 빨랫줄을 둘러싼 해묵은 찬반 논쟁을 8일 재조명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세탁물을 내거는 것이 금지돼 있지만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허용 또는 묵인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30만개의 지역 사회가 빨랫줄 금지 조례를 채택하고 있다.
2008년에는 매사츄세츠 베로나에서 빨래를 내걸지 말라는 요구를 무시해온 한 남성이 총에 맞아 숨지는 일까지 벌어졌다.
하지만 최근 플로리다, 유타, 메인, 버몬트, 콜로라도, 하와이 등 6개 주가 이 조례를 무효화하는 입법을 마쳤고 펜실베니아 등 다른 주들도 비슷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에 빨랫줄금지법이 생긴 것은 미관을 해쳐 집 값을 떨어뜨린다는 지역 사회의 여론에다가 건조기 판매를 늘리기 위한 업체의 로비가 작용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여성의 사회활동이 늘어나면서 빨래를 집 밖에 펄럭이도록 하는 것이 시대에 뒤쳐진 생활방식의 하나로 받아들여졌다.
영국에서는 외관상 좋지 않다는 지적에 따라 빨랫줄 사용을 규제하는 지역사회가 있지만 주택 뒷마당의 빨랫줄까지 일일이 간섭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탈리아 같은 나라에서는 집집마다 주렁주렁 높이 매달린 빨랫줄을 쉽게 볼 수 있다.
건조기를 갖추고 있는 가구는 영국이 45%, 이탈리아가 4%인데 비해 미국은 79%에 달한다.
빨랫줄 옹호론자들은 햇볕에 빨래를 말릴 경우 줄여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고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펜실베니아에 사는 데보라 브렌싱어(55)는 "자기네 뒷마당에 비키니를 입고 나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서 길가에서 보이지도 않는 뒷마당에 빨래를 너는 것을 문제 삼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알렉산더 리(36)는 "미국인들이 햇볕에 빨래를 말리면 핵발전소를 모두 없애도 된다는 교수의 설명을 듣고 빨랫줄금지법 폐기 캠페인에 뛰어들었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가정에서 건조기는 냉장고 다음으로 두 번째로 전기를 많이 소모하는 가전제품으로 꼽히고 있다.
알렉산더는 "3명 가운데 1명이 1년에 5개월간만 빨랫줄을 사용한다면 2020년까지 이산화탄소 220만t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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