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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모티브가 된 희곡 '시라노 드베르쥬락'이 22일부터 내달 14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으로 공연된다. |
(아주경제 김나현 기자)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의 모티브가 된 희곡이다. 이 작품이 22일부터 명동예술극장에서 연극으로 무대에 오른다.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독설과 유머, 재기 넘치는 유려한 대사와 화려한 시구로 낭만적 사랑이 넘치는 연극이다. 이 작품은 옛 명동국립극장에서 1971년 이순재·황정아·이정길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출연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명동예술극장 개관 1주년을 맞는 자리에서 배우 최불암은 “시라노 역할을 해보지 못한 것이 너무 아쉽다”라며, 시라노라는 캐릭터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냈다.
작가 에드몽 로스땅이 스스로 낭만희곡이라고 부른 것에 걸맞게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엇갈린 운명, 오해와 우스꽝스러운 상황, 개인과 사회의 아이러니가 작품 전반에 펼쳐지면서 유쾌한 분위기를 만들어 낸다. 시라노가 읊는 사랑에 대한 세레나데, 자신의 외모와 세상에 대한 만담은 대사 한 줄 한 줄을 놓치기가 아까울 정도로 서정적이며 재치가 있다.
동시에 그 안에는 진지하고 깊은 메시지가 담겨 있다. 이 작품이 던지는 가장 핵심적인 풍자는 외형, 외모 지상주의가 얼마나 허탈한 편견인가 하는 점과 그 외양으로 인해 우리가 보지 못하거나 보려하지 않는 내면의 모습에 대한 가치 부여다. 사회적 부정에 맞서는 불굴의 투사이자 용감한 시인인 시라노는 거대한 코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지만 자신의 시와 언어로 잘생긴 청년 크리스티앙이 자신이 연모하는 록산느와 맺어질 수 있게 도와주고, 죽는 순간까지도 사랑의 비밀을 가슴에 묻어둔다.
그의 지극하고 간절한 사랑과 불의에 맞서 싸우는 용기는 ‘정상적인’ 우리 모두에게 사랑의 진정한 의미와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유머와 언어적 매력이 풍성한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고독하지만 관대하고 결코 낙담하지 않는 주인공 시라노를 통해 관객들에게 애틋한 사랑의 느낌을 가슴 깊이 전해 준다.
비극적인 드라마를 웃음으로 포장해 울림을 증폭시키는 낭민희극의 대표적 작품인 시라노 드 베르쥬락은 풍자와 아이러니가 가득하지만, 주제를 전달하는 것에만 치중하지 않는다. 화려한 코미디로 1막을 시작해, 마지막 장인 5막에서는 슬프지만 아름다운 결말을 선사한다. 관객은 이 작품에서 섬세하고 아름다운 언어, 입체적이면서도 드라마틱한 구성, 잘 구축된 희극적 음모, 확대된 시와 공간의 영역 등 다채로운 연극적 재미를 모두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강한 개성으로 TV와 영화, 연극을 넘나들며 활동하고 있는 배우 안석환이 시라노역을 맡았다. 1997년 ‘남자충동’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며 주목받기 시작한 그는 이후 예측불허의 다양한 모습으로 맡는 역할마다 자신만의 캐릭터로 소화해 냈다. 이번 공연에서는 희극적이면서도 뛰어난 검술 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낭만적인 모습의 겸비한 시라노로 분해 그의 개성연기를 지지하는 수많은 연극팬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 오랜만에 정극에 도전하는 뮤지컬 배우 김선경이 모든 남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록산느로 함께 한다. 그는 밝고 맑은 철부지 아가씨부터 극의 말미에 진정한 사랑에 대해 깨닫게 되는 성숙한 여인으로 분한다. 또한 오랜 연극무대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해온 이명호(크리스티앙)와 전진기(드기슈) 그리고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배우들이 함께해 때로는 경쾌하고, 때로는 사랑의 감성을 촉촉하게 젖어들게 하는 무대를 선사할 것이다. 2만~5만원. 문의 1644-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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