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미국 고용시장에서 달러화 약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환차손 및 환율 방어 비용 등이 크게 늘어 미국 기업들의 4분기 실적이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美 비농업 부문 고용 증감 추이(전월比/단위:1000명/출처:FT) |
미국 노동부는 지난 8일(현지시간) 9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9만5000명 줄었다고 밝혔다. 이는 전달(5만7000명)에 비해 3만8000명 늘어난 것으로 블룸버그통신이 취합한 시장 전망치(9만명)도 웃도는 수치다.
같은달 민간부문 신규 고용도 6만4000명에 그쳐 전망치(7만5000명)를 크게 밑돌았다. 다만 9월 실업률은 전월과 같은 9.6%를 유지했다.
고용지표가 악화됐지만 이날 뉴욕증시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0.5% 이상 오르며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1만1000 선을 탈환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ㆍFed)가 추가부양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최근 경기 회복세 둔화에 대한 우려와 함께 자산매입 재개 등을 통한 추가 양적완화 방침을 잇따라 시사해왔다.
달러인덱스 추이(출처:FT) |
연준이 곧 모기지(주택담보대출)채권이나 미 국채 등을 재매입해 시중에 대규모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달러화 가치는 곤두박질쳤다.
이날 유로와 엔화 등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지난 1월 이후 가장 낮은 77.3 달러 대로 추락했다. 이로써 달러인덱스는 지난 한 주간 1% 가까이 떨어졌다.
엔ㆍ달러 환율 역시 이날 장중 한때 82 엔 선을 밑돌며 엔화 대비 달러화 가치는 1995년 이래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강세를 뚜렷이 했지만 장 후반 들어 겨우 안정을 되찾았다.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 재무장관 회의(유로그룹) 의장인 장 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가 유로ㆍ달러 환율이 1.4 달러 이상 오르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달러화 약세 역풍…美 제 발등 찍나
일각에서는 달러화의 약세로 촉발된 세계 각국의 자국 통화 약세 경쟁이 미국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이어져 고용불안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는 지난 주말 본격화한 3분기 어닝시즌을 맞아 이런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CNBC는 특히 기업들이 향후 실적 전망과 함께 구체적인 환헤지 전략을 제시해야 하는 데 세계 각국이 자국 약세 경쟁을 벌이는 데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의 확신을 얻기가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3분기 어닝시즌의 출발을 알린 미국 알루미늄업체 알코아의 클라우스 클라인펠트 최고경영자(CEO)는 CNBC와의 회견에서 "달러화의 약세 속에 주요 생산시설이 있는 호주(달러)와 브라질(헤알) 통화가 강세를 보이는 데 따른 환율 역풍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퀸시 크로스비 프루덴셜파이낸셜 외환 투자전략가는 "각국의 통화 약세 경쟁은 해외에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역효과는 3분기보다는 오는 4분기에 구체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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