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이고 있는 미국의 민주·공화 양당 후보들이 자신의 선거광고에 중국을 희생양으로 등장시키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지금 미국 경제가 부진한 것은 중국 때문이라는 전제 하에 경쟁 후보가 미국에 생겨야 할 일자리를 중국에 넘겨버렸다며 비난을 퍼붓고 있는 것.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일주일 남짓한 기간에 최소한 29명의 후보들이 선거 광고에 중국을 등장시켰다고 10일 보도했다.
이들은 경쟁후보가 중국과의 교역을 강화하거나 중국에 유리한 법안을 지지하는 등 지나치게 친중국적인 행동을 하는 바람에 지금 미국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는 논리를 편다.
캘리포니아 상원 의원 선거에 도전하는 바버라 박서와 칼리 피오리나의 경우 서로 상대방 후보가 미국의 일자리를 중국에 넘겨주었다며 비난전을 벌이고 있다.
오하이오주 하원의원인 잭 스페이스도 그의 공화당 경쟁자인 밥 깁스가 자유무역 정책을 지지해 오하이오 주민들에게 돌아가야 할 일자리가 중국으로 넘어갔다며 비난하고 있다.
웨스트 버지니아주에 출마한 공화당의 스파이크 메이나드 후보도 닉 라할 민주당 의원이 중국에서 풍력 터빈과 관련한 일자리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는 법안을 지지했다며 공세를 펴고 있다.
해리 리드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지난 6일 중국 공장 노동자들을 보여주면서 공화당 후보인 샤론 앵글이 법인세 면세조치를 취하는 바람에 중국과 인도에 대한 아웃소싱이 늘어났다면서 그가 '외국인 노동자들의 베스트 프렌드'라고 꼬집었다.
수천만 달러 규모에 달하는 이런 정치 광고들은 미국의 일자리 부족 원인을 주로 중국에 돌리고 있다.
웨슬리언 유니버시티의 정치과학 분야 에리카 프랭클린 교수는 "미국 정치광고에서 중국은 아주 쉬운 희생양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추세는 최근 미국민들의 중국에 대한 위기의식도 반영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4월 실시된 퓨 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세계를 이끄는 경제대국으로 중국을 꼽은 미국인이 41%나 돼 미국이라고 답한 사람보다 많았다.
이런 정치광고는 또 최근 미국이 중국 당국에 대해 위안화 절상압력을 계속하면서 더욱 늘어났다.
이번 주말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총회에서도 미국과 중국간의 환율 문제가 주요 이슈가 됐다.
하지만 이런 광고는 너무 생생하고 그럴듯해 미국민의 중국에 대한 적대감을 확대시키고 안그래도 좋지 않은 두 나라의 관계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미-중 무역전국위원회의 로버트 캅 전 회장은 "과거 두 나라 사이의 긴장관계가 심했을 때도 중국이 이처럼 미국 정치인들에게 동네북이 된 사례는 본 적이 없다"면서 "이는 매우 개탄스러운 일"이라고 지적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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