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중국 내 각종 매체는 이 같은 상황을 가장 흥미롭고 관심 있게 보도했다. CCTV는 지난 며칠 동안 "한국에서 배추 값이 포기당 80위안까지 폭등했다"고 전하면서, 우리나라가 중국산 배추와 무를 긴급 수입키로 한 사실을 대서특필했다. 신화통신과 다른 주요 매체들도 배추를 사기 위해 장사진을 친 풍경을 담은 사진을 곁들여 보도했다.
중국은 한국의 주요 먹거리 공급지로 변한 지 오래다. 한국인의 평소 밥상은 물론이거니와 명절 차례상에까지 중국산 농수산물이 없으면 큰 일 날 지경이다. 우리 농산물 작황과 더불어 중국의 풍작여부가 우리에게 큰 관심거리로 등장한 것은 이제 자연스런 일이다.
농수산물은 일반 공산품과 달리 수급 조절이 쉽지 않은 약점이 있다. 매년 가격파동이 되풀이 되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과학 기술이 크게 발달한 지금도 풍작과 흉작 여부는 하늘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초(超) 강력 태풍 한 방으로 한반도가 초토화되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곡물류와 달리 신선한 상태로 장기 보관하기 어려운 야채는 흉작이 들 경우 심각한 부족현상을 겪게 된다. 비록 일시적인 현상이긴 하지만 긴급히 수입해서라도 해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럴 때 중국은 자연스럽게 최우선 공급지로 떠 오른다.
거리상 유리한 점도 있지만 토양이 비슷해 채소의 모양과 맛에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매년 '안전성' 문제를 놓고 시끌시끌하다. 금년에도 예외 없이 중국산 배추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됐다. 불과 몇 년 전 중국산 김치에서 기생충 알이 발견됐다 해서 한바탕 소동을 겪었던 우리로선 당연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시점에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문제가 있다. 이제 더 이상 중국산 농수산물에 대해 '색안경 낀 눈'으로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연례적으로 제기되는 안전성 문제 배후엔 우리 수입업체의 책임도 피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이다. 안전성은 관리상의 문제이지 근본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예를 들면 가까운 산둥(山東)이나 허베이(河北)성의 일부 농지를 임대하거나 합작방식으로 확보해 우리 기술과 자본으로 직접 경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미 일부 기업과 투자자들이 그런 형식으로 진출해 있다. 수산물 양식에 투자한 기업들도 여럿 있다. 중국 정부도 제한적이긴 하나 이들 분야의 투자를 허용하고 있다.
이 같은 장기적이고 근본적인 노력을 통해 스스로 먹거리를 확보하는 일이 적극 확대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먹거리 부족으로 인한 가격파동과 수입 농수산물의 안전성 문제는 계속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우리나라는 식량 자급률이 50%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이번 배추파동이 국내 농가의 실질적인 육성책과 더불어 식량안보를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으로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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