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라응찬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퇴장이 확실시 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번 신한 사태에 대해 워낙 강경한 입장을 취하며 라 회장에 대한 책임론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순혈주의로 대표되던 신한금융의 경영권도 관치로 편입될 가능성이 커졌으며, 벌써부터 금융권에서는 신한금융의 새 수장에 대해 설왕설래 말이 많다.
◆금융당국의 '철퇴'… '라-신-이' 3인방 물러나나
11일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신한 사태와 관련 "종합검사를 통해 관련 사항을 들여다 본 후 라 회장에 대한 적절한 책임 문제가 거론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위원장은 또 박병석 민주당 의원의 '신한금융 경영진의 동반퇴진이 불가피한데 그 경우 또 다시 관치금융의 가능성이 보인다'는 질의에 "(신임 경영진)임명 과정은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안에서 합당한 권한과 책임을 가진 사람이 선정될 것이며, 관치금융 등의 의혹이 생길 소지가 없도록 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경영진 교체 의사를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징계 수위를 '직무정지'에서 '문책경고'로 낮추려던 라 회장과 신한금융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다.
라 회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본인의 차명계좌 의혹을 인정했다. 다만 "거취는 고민 중이지만 스스로 물러날 생각은 없고, 신한의 발전과 안정을 위해 경영공백이 없길 바란다"며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임기보장을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전했다. 내년 3월까지 현직에서 시간을 갖고 후계구도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은 라 회장에 시간적 여유를 줄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당장 다음달 4일 라 회장에 대한 제재심의위원회를 연다. 이 위원회는 금융권 관계자들에게는 사형장이나 다름없다.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지난해 9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직무정지 상당의 징계를 받고 같은 달 회장에서 물러났다. 강정원 전 국민은행장도 중징계가 예상되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리기 전에 행장직에서 사퇴했다.
또 금감원은 같은 달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실시한다. 라 회장 입장에서는 '산 넘어 산'이다.
현재 라 회장은 물론 신상훈 신한금융 사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도 각각 배임·횡령 및 재일교포 주주 자금 유용 의혹이 있어, 정기검사 결과를 토대로 중징계가 내려질 전망이다.
◆30년 순혈주의 신한금융도 '관치 그늘'로
정치·금융권에서는 경영진 3인방 중 최소 2명 이상이 외부 인사로 채워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벌써부터 정·관 출신 인물들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관치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신한도 정부의 입김에 흔들리게 됐으며, 지난 1981년 설립부터 이어져 온 순혈주의 경영도 30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될 전망이다.
특히 금감원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신한금융·신한은행 정기검사에서 외부 수혈을 강하게 반대했던 교포 주주들의 재산 관리에 대해 집중 조사할 예정이다. 신한금융 주주들을 압박해 경영권에 대한 뜻과 의지를 관철시키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때문에 현재로서는 신한금융 임원의 내부 승진 인선은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당국의 의지가 워낙 강경한 데다 신한금융의 주요 경영진 40여명도 징계대상에 올라있어 내부 수혈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현재 주로 하마평에 오르는 것은 관료 출신들이다.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꼽혔던 김석동 전 재정경제부 차관과 이철휘 전 자산관리공사(캠코) 사장이 대표적이며, 류시열 신한금융 비상근이사·김병주 서강대 명예교수 등도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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