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지성 기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면서 수출기업들이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통화결제수단 다양화로 달러 대비 원화상승분을 조정할 수 있어 상대적으로 느긋했던 전자업계 마저 가파른 변화에 특단의 대응책을 준비하고 있다.
11일 서울외환 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6.3원 내린 1114.0원으로 출발했다. 장 초반 1110.0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던 환율은 이날 1116.7원에 마감됐다.
이날 환율 하락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와 IMF의 최고 자문기구인 IMFC 회의에서 최근 주요국간 벌어지는 환율 갈등을 봉합하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미국의 추가 양적 완화(유동성 공급)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확산된 것도 영향을 줬다.
초조해진 것은 한국 수출기업들이다. 지난해와 같은 고환율은 아니더라도 완만한 하락세여야 대비가 가능한 데 한 주에 5원 이상 떨어지고 있어 충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 됐다.
전자업계 한 관계자는 “달러뿐 아니라 유로, 엔, 위안 등 다양한 통화결제 수단을 현지에서 활용하고 있어 당장 원달러 환율이 빠진 만큼 손실을 입는 것은 아니”라고 전제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문제는 속도와 예측성”이라며 “어느 정도의 폭으로 얼마까지 떨어지는 것인지 예측이 돼야 대비를 할 수 있는데, 최근 흐름이 빨라져 곤혹스러운 부분은 있다”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 하반기 원달러 환율을 1162원으로 전망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마감된 1116.7원은 이 같은 전망치를 빠르게 하회하고 있는 셈이다.
자동차 업계도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1000~1100원대만 유지되면 영업이익에는 이상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 생산 비중을 꾸준히 높여 환율 리스크를 줄였다”며 “1000~1100원대만 유지되면 영업이익에는 큰 피해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국의 개입 등으로 환율이 1000원 이하로 떨어지는 이른바 ‘폭락’ 가능성은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현재 환율 하락의 요인이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안심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 걱정거리이다.
환율하락은 미국의 대대적인 양적완화정책, 중국 위안화 절상, 일본 엔고 문제 등의 외적 요인과 더불어 한국 자본시장과 높은 금리 등의 내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환차익을 노리는 외국자본의 유인요소로 작용해 원달러 환율을 끌어 내리고 있다는 것이어서 위험요소가 살아있다.
지속적인 환율 하락이 전망됨에 따라 한국 수출 산업계의 체질을 변화시켜야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업계 한 전문가는 “고환율로 발생하는 가격경쟁력으로 수출을 확대하기보다 고부가가치 사업군 투자에 역량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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