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최대 발주국가인 그리스에 대규모 자금을 제공, 중국 조선소로 물량을 가져오고 있다. 이는 선주가 통상 선박 발주시 건조자금 80%를 선박금융을 통해 조달하는 조선업의 특성을 활용, 중국이 선박금융 시장 장악함으로써 '일감' 확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그리스 발주 물량이 중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는 만큼 국내 업체들의 수주 전선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中 물량공세 펼쳐
13일 외신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수출입은행은 이탈리아 선주협회와 협력관계를 맺고, 이탈리아 선주가 중국 조선소에 건조하는 선박에 대해 자금을 적극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또한 이 은행은 브라질 철광석업체 발레(Vale)와도 룽셍중공업에 '초대형 운반선(VLOC)' 12척을 발주할 당시 선가에 80%에 해당하는 12억3000만 달러의 선박금융을 지원했다.
중국수출입은행은 지난 6월 자국 조선소에 60여척의 해양작업 지원선을 발주한 프랑스 선주에도 약 8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했다. 이밖에 중국국가개발은행ㆍ중국상업은행 등 중국 국영 금융기관은 선박금융 규모를 늘리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고위층까지 나서서 측면지원에 나섰다. 원자바오 총리는 지난 4일 그리스를 방문, 그리스 선주만을 위한 50억 달러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한다고 밝혔다. 세부 내용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리스 선주가 중국 조선소에 신조선을 발주할 경우 이를 지원하는 것이 이 펀드의 목적으로 알려졌다.
한국조선협회 관계자는 "그리스 선주가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는 선박의 건조 자금을 빌려주기 위해 이 펀드를 조성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세계 최대 선주국의 수요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장더장 부총리도 6월 그리스를 방문한 가운데 중국 기업과 그리스 업체 간 14건의 투자 계약이 성사됐다. 이 중 신규 선박 발주 계약도 포함돼 있다.
◆'비상등' 켜진 한국
그리스 선주들에 대한 중국의 물량 공세가 이어지면서 국내 조선업체들에도 경계경보가 울리고 있다. 그리스 선주들로부터 상당한 물량을 수주해온 국내 조선사들이 돈 공세에 밀려 자칫하면 중국 조선사에 물량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는 "큰 손으로 불리는 그리스 선주들이 중국행 발길이 잦아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및 관련업계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지난 10년 동안 그리스 선주로부터 수주한 선박은 모두 585척, 250억 달러 규모이다. 현재 중국 조선소들이 건조하고 있는 그리스 선박은 265척, 104억 달러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한국의 경우 2009년 기준으로 약 624척, 5800만 DWT 규모의 신조선 물량을 그리스 선주로부터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국내에서도 선박금융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부산시와 선주협회를 중심으로 '선박금융 전문기관' 설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는 검토안은 △국토해양부에서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선박보증기금을 선박금융공사로 발전시키거나 △기존 선박투자회사를 점차 민간 선박금융기관으로 육성하는 방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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