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산호세 광산 붕괴사고로 69일간 지하 700m 갱도에 매몰됐다가 13일 기적적으로 구출된 광부들이 감격에 겨운 생환 소감을 밝혔다.
33명의 광부 가운데 다섯 번째로 구조 캡슐을 타고 지상으로 나온 최연소자 지미 산체스(19)는 "더는 고통받고 싶지 않다"는 말로 악몽 같은 매몰 당시의 고통과 생존의 기쁨을 표현했다고 영국 대중지 미러가 13일 전했다.
그는 이어 "나는 신(神)과 악마와 함께 있었다. 가장 힘들 때는 나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에 감사했다"며 여자친구와 사이에 태어난 2개월 된 딸이 자신을 지탱해준 힘이었음을 밝혔다.
플로렌시오 아발로스(31)에 이어 두 번째로 구조된 마리오 세풀베다(40)는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구조 현장에 웃음꽃을 피웠다.
또 그는 구조 캡슐을 타고 지상에 도착하기도 전에 큰 목소리로 자신의 귀환을 알렸고, 현장에 있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에게 "지하 감옥에서 바위 조각을 기념품으로 가져왔다"는 농담으로 심각한 구조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69일간의 '감금 생활'에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았음을 입증한 그는 또 "제발 우리를 예술가처럼 대하지 말라. 나는 계속 광부로 일할 것이다"라며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언론의 과도한 관심을 경계하기도 했다.
세풀베다는 또 "나는 신과 악마 사이에서 싸웠고, 결국 신의 손을 잡았다. 신이 항상 우리를 꺼내줄 것으로 믿었다"고 말했다.
이 밖에 가장 먼저 갱도를 벗어난 아발로스는 아들과 아내와 감격의 포옹을 했고, 이어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 등 관리들의 환대를 받았다.
우려를 낳았던 최고령자 마리오 고메즈(63)를 비롯해 지금까지 총 9명의 광부들이 구출된 가운데, 구출된 광부들의 건강 상태도 비교적 좋다고 정부 당국자가 밝혔다.
자이메 마날리치 보건장관은 "광부들의 상태가 상당히 좋다. 약간의 휴식을 취한 뒤 그들은 모든 면에서 만족할만한 수준의 회복력을 보이고 있다. 별도의 치료는 필요없다"고 말했다.
특히 아발로스와 세풀베다는 피부과와 안과 전문의 진단을 받았고 X선 촬영도 마쳤다.
그러나 최고령자 고메즈를 포함해 건강에 이상이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광부들은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하고, 갱도에 남은 광부들은 지친 상태라고 마날리치 장관은 설명했다.
그는 이어 "모든 일이 예상했던 것보다 잘 진행되고 있다"며 구조 작업도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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