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의 소국 가봉의 알리 벤 봉고 온딤바 대통령 경호실장을 맡고 있는 한국인 박상철씨는 14일 국내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6년간의 아프리카 생활을 전했다.
해외개발공사에서 낸 가봉 정부 경호원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한 게 인연이 돼 지금의 자리에까지 오른 그는, 당시 북한 출신 경호원이 아프리카에서 많이 활동해온 터라 북한 사람으로 오해를 받기도 한 사연을 먼저 소개했다.
현 봉고 대통령이 외무장관 시절, 함께 뉴욕 유엔본부를 방문했다가 미국의 모 일간지에는 북한 사람으로 소개된 적도 있었다는 것.
박씨는 "억울하고 황당했지만, 북한이 아프리카에 많이 진출해있던 당시 시대 상황을 고려해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그가 가봉에 온 뒤 처음으로 독자적인 경호를 맡은 이는 당시 오마르 봉고 대통령의 장남이자 현 대통령인 알리 봉고. 박씨는 봉고 대통령의 프랑스 유학시절부터 경호를 맡기 시작해 그가 외무장관, 국방장관 등 정부 요직을 거치는 지난 26년 동안을 같이 했다.
박씨는 "가봉은 아프리카 국가 가운데 가장 먼저 우리나라와 외교관계를 맺은 나라이자, 변함없이 국제무대에서 우리나라를 지지해 준 고마운 나라"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과는 현 봉고 대통령의 영향이 가장 컸다. 1975년 부친을 따라온 데 이어 대학시절 한국 기업의 초청으로 방한한 적 있는 봉고 대통령은 한국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특히 현 대통령의 아버지인 오마르 봉고 전 대통령은 한국을 좋아해 네 번이나 방한한 적이 있고, 1980년대에는 한 한국기업이 리브르빌 시내에 당시 최고층 현대식 백화점을 운영했기 때문에 가봉은 한국에 대해 아직까지 친근함을 잃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이제부터라도 한국이 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당부한다.
현재 가봉은 인구는 적지만 풍부한 원유와 천연자원을 갖고 있으며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가 넘어 아프리카에서도 부국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통령이 가봉을 찾은 것은 1982년 전두환 대통령의 방문이 유일하다.
가봉에서 활동하던 많은 한국 기업과 교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사이, 중국이 막대한 자금을 앞세워 가봉에 진출해 큰 사업들을 수주하며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첫 직업으로 미군부대 내 태권도 강사를 하던 박씨는 지금도 여전히 태권도를 사랑한다. 이제는 가봉에 태권도를 더 널리 전파하는 일이 인생의 목표가 됐고, 태권도는 한국과 가봉 사이의 끈끈한 연결고리라고 굳게 믿고 있다.
그는 가봉 내 학교에 태권도를 정규 체육 과목으로 편입시키기 위해 노력 중이며, 과거 국방부 근무 시절 이미 태권도 수련을 장병들의 의무로 지정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박씨는 “얼마 전 한국의 젊은이들이 가봉 대통령과 영부인의 경호원으로 채용돼 더욱 기쁘다”면서 “이제 남은 욕심이 있다면 가봉 한인회장으로서 한인 사회 발전 기여와 내 이름을 딴 종합체육관을 짓는 일”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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