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진이씨가 자신의 농장에서 수확한 원두로 커피를 만들고 있다. |
지난 여름 뜨거웠던 햇살은 그의 커피색 피부에서 배어 나왔다. 눈빛도 진한 커피향만큼이나 그윽하고 강했다.
그는 나이 불혹을 넘긴 처녀 농사꾼이다. 농장을 운영하기 전엔 커피 컨설턴트와 커피 볶는 로스터(Roaster)를 했다. 영락없이 커피와 결혼한 셈이다.
노진이(42·여)씨는 "직접 재배한 신선하고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었다"고 국내 최초로 커피농장을 만든 이유를 밝혔다. 국내에선 관상용으로 팔기 위해 커피나무를 재배하는 곳은 있지만 원두를 생산할 목적의 농장은 그가 처음이라고 한다.
제주시 삼양동 한적한 곳에 자리를 잡은 5775㎡의 그의 농장에선 아라비카종 커피나무 2만 5000그루가 자라고 있었다.
올해 첫 수확을 앞두고 있다고 했다. 커피나무엔 알알이 탐스럽게 단단히 여문 열매들이 달려 있었다.
그는 "제주도 기후에 적응시키기 위해 지난 7월 비닐하우스에서 야외로 커피나무를 옮겼다"며 "잘 자라주고 첫 수확치고는 열매도 많이 열렸다"고 했다.
초보 농사꾼이라 했다. 커피농장은 그의 첫 도전이었다. 초보였던 만큼 억척을 떨어야 했다.
동이 트기도 전인 새벽 5시 30분이면 어김없이 농장에 온다는 그는 오전 4시간 물주기, 또 다시 오후 4시간 물주기가 일상이다.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매일 세심하게 관찰하는 일과 아직은 어수선한 농장 정비도 그의 몫이다. 지금은 난(蘭) 전문가 노명철(47)씨가 그와 함께 농장장을 맡아 일을 돕고 있다고 했다.
노진이씨 농장에서 커피 원두 수확이 한창이다. |
아직 100% 완벽한 제주산 커피는 아니라고 했다. 제주산 커피원두 10%를 다른 제품과 섞어 볶는다고 했다. 3년 밖에 안 된 어린 나무들이어서 수확량이 적은 탓이다.
올해는 커피 6000잔을 뽑을 수 있는 60kg 생산을 예상하고 있다. 5년 후 목표는 1t. 커피 10만 잔을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지난 16일엔 '제1회 제주커피축제'도 열어 농장을 공개했다. 그날 예상보다 많은 관람객들이 몰려 행복한 곤혹도 치렀다고 했다.
커피농사를 짓느라 빚도 '주렁주렁' 하다고 털어 논 그는 "맛은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며 "커피재배가 제주에 뿌리를 내려 많은 사람들이 제주산 커피를 즐겼으면 한다"고 바랬다.
그는 오늘도 커피농장 곳곳엔 그의 진한 커피향기를 묻히느라 바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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