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차현정 기자) 야간 옥외집회 제한을 골자로 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개정안 처리 문제를 두고 여야 간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한나라당 일각에서 다음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이후로 법 처리를 미루자는 주장이 제기돼 주목된다.
20일 한나라당에 따르면, 안상수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지난 18일 비공개 최고위원 간담회를 열어 집시법 개정안 등의 처리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일부 최고위원이 “법안 처리를 G20회의 이후로 연기하자”는 의견을 내놨다고 핵심 당직자가 전했다.
민주당 등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당초 한나라당이 공언한대로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법 개정을 강행할 경우 여야 간 대치가 격화돼 향후 주요 민생법안 및 새해 예산안 등의 과정에서 심각한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안형환 대변인은 “당론으로 결정된 사항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으나, 집시법 개정에 대한 여당 내 이견이 확인됨에 따라 그간 강경 일변도로 치닫던 야당과의 대치 국면에도 일정 부분 변화가 올 것이란 게 당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한나라당은 이번 주말까지 민주당과 원내대표 및 수석원내부대표 간 접촉을 통해 집시법 개정 문제에 대한 ‘접점 찾기’에 나선다는 방침. 안 대변인은 “야당과의 집시법 협상에 대한 전권을 김무성 원내대표에게 일임한 상태다”고 전했다.
집시법 개정에 관한 여야 간 협상이 진행될 경우 야당이 요구하는 기업형 슈퍼마켓(SSM) 관련 2개 법(유통산업발전법, 대·중소기업상생촉진법) 개정안의 처리 문제가 ‘절충’ 카드로 제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민주당은 SSM법에 대해 당초 ‘동시 처리’ 입장에서 한 발 물러나 “10월 중 ‘유통법’을 우선 개정하고, 11월에 ‘상생법’을 개정하는 것을 보장한다면 여당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오는 25일 ‘마지노선’으로 정한 국회 4대강 검증특위 설치 문제와 집시법 개정의 ‘딜’을 점치기도 했지만,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 주류 측에서 “국책사업은 양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가능성이 희박해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손학규 민주당 대표가 20일 집시법 개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데 이어, 여당과의 교섭 창구인 박지원 원내대표마저 “정부·여당이 요구하는 집시법 개정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것으로 (정치적)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말해 향후 협상결과를 예측키 어렵게 됐다.
더구나 여당 일부에선 “집시법 개정을 G20회의 이후에 하자는 건 G20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집시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그동안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어 한나라당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경우 오는 집시법 소관 상임위인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위원장 안경률 한나라당 의원)의 마지막 국정감사가 열리는 오는 22일이 ‘D-데이’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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