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가운데 증권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지정한 국가는 우리를 제외하고는 슬로바키아가 유일하다.
선진국에서 주식회사제 거래소를 공공기관으로 분류하거나 경영에 정부가 관여한 사례는 없다.
오히려 벌써 30년 전부터 전세계 거래소는 주식회사화, 영리화 및 기업공개(IPO), 상장기업화로 완전한 민간 영리기업으로 전환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거래소가 공공기관으로 지정되면 '보이지 않는 손'이 가장 중요시돼야 할 거래소에 정부라는 '보이는 손'이 개입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공공기관 지정을 앞두고 당사자인 거래소 뿐 아니라 다수의 자본시장 관계자와 학계가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지난 14일 부산에서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새삼 밝혀진 것은 거래소가 정부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사실이다.
청와대 행정관 출신 상임감사가 거래소 이사장보다 비싸고 넓은 관사를 제공받았다는 것은 차치하고 시장을 운영하는 정책조차 독립성을 의심받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녹색지수다. 정부가 녹색성장을 화두로 제시하면서 거래소도 사회책임투자(SRI)지수, 환경책임투자(SRI Eco)지수를 발표했지만 무관심 속에 묻히고 말았다.
실제 SRI지수를 기초로 한 유일한 상품인 SRI지수 ETF의 거래량은 하루평균 1만5811주, 거래대금은 1억2481만2397원에 불과하다.
거래소가 올 하반기에 숫자 맞추기에 급급한 형식적인 녹색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이번 국감을 통해 여전히 거래소 직원의 40%가 연봉 1억원 이상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방만경영을 막기 위해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는 정부의 주장도 무색해졌다.
빈대 잡으려다 빈대는 못잡고 초가삼간만 태운 격이다.
시장경제 체제인 우리나라, 그것도 '보이지 않는 손'이 가장 중요시돼야 할 거래소에 '정부'라는 '보이는 손'이 개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adoniu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