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 국감에 '실의' 빠진 금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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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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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유경 기자) 국정감사에 나선 국회의원들이 피감기관을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어 해당 기관 임직원들의 상실감을 키우고 있다.

심지어 '국감 스타'로 주목받기 위해 통계를 오용하거나 자극적 언어를 여과 없이 사용하는 일이 많아 피감기관의 원성도 커지고 있다.

지난 18일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국감에서 이혜훈 한나라당 의원은 "한은 4급(과장급) 직원의 연봉이 지난해 최고 1억187만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의 주장을 접한 일부 언론은 '30대 과장 연봉이 1억원이 넘는다'며 확대 보도했고, 한은은 순식간에 '신의 직장'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1억187만원의 연봉을 받는 과장은 한은서 35년간 근무한 정년퇴임을 앞둔 만 54세의 직원이다. '과장은 30대'라는 보편적 인식이 '한은 과장의 연봉은 1억원'이라는 도식을 만든 것이다.

한은 과장 중 절반 가량이 입행 10년 이상의 40대라는 점도 고려되지 않았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의 경우 40대 이상이면 상무나 부장 수준의 직급을 달게된다. 시중은행원들도 40대 이상이면 부장·부부장 직급에 오른다.

특히 이주열 부총재의 '한은 과장급의 평균연봉 7800만원'이란 해명에 일부 의원들이 "정부기관 장차관 연봉이 1억원 안팎인데 한은 연봉이 이렇게 많아도 되느냐"는 비판도 이율배반적이란 지적이다.

그동안 의원들이 한은은 정부가 아니라며 독립성을 운운했지만, 연봉 문제는 왜 정부를 가늠자로 삼았느냐는 것이다.

'신의 직장' 꼬리표를 달고 다니는 산업은행도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고연봉을 지적 받았지만 이 비판에는 산은의 극단적인 항아리형 인력구조가 고려되지 않았다.

오는 2011년 민영화로 시중은행들과 경쟁을 앞둔 상황서 인력 유출을 막기 위해 시중은행 수준의 연봉을 맞춰 준 점도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공기업들이 중소기업 지원을 등한시했다는 지적도 제기됐지만, 해당 의원실의 실수로 잘못 보도된 사례도 있다.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기업은행에 대한 국감에서 "기업은행의 지난해 4분기 가계대출 순증 규모가 시중은행 평균 순증액보다 13배 많다"며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이 기업대출을 꺼리고 있어 금융서비스의 후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기간 기업은행의 가계대출 순증액은 5200억원으로 시중은행 평균 순증액 3800억원보다 30% 많은 데 그쳤다. 배 의원과 보좌관들이 1.3배를 13배로 늘려 쓴 것이다.

이와 함께 의원들의 '방만'·'신'·'싹쓸이'·'부실' 등의 자극적인 언어는 피감 기관을 비리의 온상이나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간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공적업무를 수행하는 입장에서 이 같은 극단적인 비판을 받을 때마다 상실감이 든다"며 "향후 해명자료를 배포해도 결국 엎질러진 물을 수습하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yk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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