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정화 기자) 현대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여과없이 드러내고 있다.
최근 채권단에 현대건설에 대한 우선매수청구권을 요청한데 이어 21일 취임 7주년을 맞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미션완수'를 뜻하는 스페인어 '미시온 콤플리다'를 외쳐보자며 현대건설 인수 의지를 다시 한 번 천명한 것이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매각 주간사인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을 통해 '우선매수청구권' 요청 내용의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매수청구권'은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부실화된 기업들이 제3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인수자가 향후 지분을 재매각할 경우 다시 원래 지분을 되살 수 있는 일종의 옵션을 말한다.
이 '우선매수청구권'은 2000년대 들어 경영권 확보의 열쇠가 됐었다. 관심을 끌었던 모든 거래가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쪽의 승리로 끝이 났다. 삼양식품·한국항공우주산업(KAI)·벽산건설·한진중공업등이 그렇다.
최근에는 현대오일뱅크를 인수한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의 대주주였던 아부다비국영석유사(IPIC)을 압박한 카드도 '우선매수청구권'이었다.
현대그룹이 현대차그룹의 '10조 투자 비전'에 맞서 꺼내든 새로운 카드 '우선매수청구권'은 은행연합회의 '채권금융기관 출자전환 주식 관리 및 매각 준칙' 12조 1항의 단서 조항에 근거한 것이다.
이 조항은 "부실책임이 있는 구(舊)사주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우선협상대상자에서 제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단, 부실책임의 정도 및 사재 출연 등 경영 정상화를 위한 노력의 사후 평가를 통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덧붙이고 있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의 부실은 이라크에서 받지 못한 공사 미수금과 경기 침체에 따른 것이었으며 고 정몽헌 회장은 사재 4400억 원을 출연하는 등 경영 정상화 노력을 했다는 것이다.
현대그룹은 또 2000년부터 2007년까지 약1조 9000억 원 가량의 공사를 현대건설에 발주했다. 금강산 관광지구 신설, 현대상선의 부산신항 컨테이너터미널 공사 등에 현대건설이 참여했다.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우선협상청구권 요청에 대해 "검토할 것"이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현대건설주주협의회 소속인 외환은행은 "매각 주간사에서 입찰절차에 따라 주주협의회 운영위원회와 협의해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그룹이 새로 꺼내든 이 카드에 대해 현대차그룹은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세웠다.
현대차 그룹 관계자는 "이번 우선매수청구권은 현대그룹과 채권단의 문제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이에 대해 따로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 회장은 이날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7년간 한결같이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 꾸고 간직했던 꿈을 위해 이제 마지막 한걸음이 남았다"며 "우리도 미시온 쿰플리다'를 외쳐보자"고 강조했다.
'미시온 쿰플리다'는 얼마 전 칠레 광부들이 지하 700미터에 매몰된지 60일 만에 기적적으로 구출될 때 33번째 마지막 광주를 구출한 구조대원들이 품속에서 꺼내든 플랜카드에 적혀있던 말로 '미션완수'라는 의미를 뜻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은 취임 후 지난 7년간 현대그룹이 어려움을 뚫고 안정성장을 이룬데는 임직원들의 노고가 가장 컸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이제 그룹의 숙원인 현대건설을 인수하기 위해 임직원들과 함께 마지막 최선을 다하자는 뜻에서 이메일을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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