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100년 DNA 15·2]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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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1-03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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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구 회장의 제 1 경영 철학은 품질경영이다. 정 회장은 현대정공 시절부터 신차 출시 때마다 직접 차량을 점검,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해 온 것으로 유명하다.사진은 정몽구 회장이 지난 4월 기아차 중국공장을 방문해 생산 차량들을 직접 점검하고 있는 모습.

정몽구 회장이 가장 중요시하는 경영철학은 ‘품질경영’이다. 그는 품질경영회의를 직접 주도하고, 신차와 관련해서는 자신이 직접 꼼꼼히 품질을 체크한다. 만에 하나라도 품질 관련 문제가 터질 경우 해당 책임자는 자리를 내놓을 각오를 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취임 초기였던 1999년에는 해외에서 신고된 하자보고서가 며칠째 처리되지 않는 것을 보고는 “사막 한가운데서 고객의 차가 서 있을 지 어떻게 아느냐”며 해외품질상황실을 설립, 즉각 대응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또 지난 2003년 오피러스 수출을 앞둔 품질점검 회의에서 정 회장은 직접 남양연구소를 방문해 미세한 소음(whine noise; 모기 소음)을 확인하고 수출 계획을 늦추고 저소음 엔진을 장착토록 한 일화도 전해진다.

그만큼 품질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는 인사 관리도 엄정하다. 2010년 2월에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는 쏘나타가 초기 결함 발견으로 리콜을 하게 되자, 공장장을 전격 교체했다.

그런데 반년도 채 안되어 공장장은 또 교체됐다. 정몽구 회장이 지난 8월 미국을 둘러보던 중 공장장이 자동차 보닛(차체 앞 뚜껑)도 못 열고 있는 것을 보고 실망한 까닭이라는 게 당시 수행했던 임원의 설명이었다.

1970년 초 현대자동차의 애프터서비스를 맡던 현대자동차써비스의 대표로써 손에 기름때를 뭍혀 가며 차를 공부했던 정 회장에게 한 공장장이 자동차의 기본도 모른다는 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을 터.

최근에는 협력사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 도요타 사태가 불거지며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국내외 협력사들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고는 자동차 완성도를 높일 수 없다는 필요성에 따른 것이다.

기존 1차 협력사와의 관계에 더해 올 6월에는 2700여 2.3차 협력사와 상생협력 및 공정거래협약을 맺고 700억 여원의 직접 자금 출연, 3000억원 규모의 저리 자금지원 프로그램 운영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협력사들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공동 연구개발(R&D) 등도 시작했다.

여전히 현대차의 갈 길은 멀다. 미국·유럽·중국 등 세계 주요 시장에서 높은 판매고와 함께 각종 조사에서 높은 품질 수준을 인정받고 있지만, 직접 차를 사는 고객의 인지도는 아직 ‘고급차’에 못 미치고 있다.

현대차가 올해 말 에쿠스, 쏘나타 하이브리드 등 고급·친환경차를 미국 시장에 내놓는 것도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지만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전기차 등 친환경 시장으로 급변하는 세계 자동차 시장 환경도 또 하나의 변수다.

현대차가 여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글로벌 톱1을 노려볼 수도 있고, 갑작스레 무너질 수도 있다. 정몽구의 품질경영이 향후 어떤 역할을 해 낼지 주목되는 이유다.

(아주경제 김형욱·김병용·이정화 기자) nero@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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