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신회 기자) 희귀금속인 희토류에 대한 중국의 수출제한 움직임이 환율문제로 불거진 국제사회의 갈등을 격화시키는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중국 정부의 일방적인 희토류 수출제한 조치가 위안화 환율정책과 다를 바 없는 불공정 행위라고 비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97%를 공급하고 있는 중국은 자원의 수출제한 여부는 고유권한이라며 맞서고 있다.
그 사이 업계에서는 급등하고 있는 희토류 가격에 울상을 짓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제한이 거래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는 지적도 일고 있다.
◇中 희토류 수출제한 여부 '깜깜'
희토류를 둘러싼 논란이 고조되고 있는 것은 중국이 희토류 수출량을 줄이겠다고 공언한 데 이어 실제로도 선적이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자국 친환경업계의 내수를 충족시키고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광산을 폐쇄해야 한다며 올 하반기 희토류 수출 할당량(쿼터)을 예년의 72%로 감축한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와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는 지난 20일 중국 정부가 희토류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미국과 유럽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중국은 일본과의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영유권 갈등 이후 대일(對日) 희토류 수출 물량을 대거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중국 상무부는 이날 "자원 고갈을 막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자원 수출 제한 방침을 유지하겠지만 해외에 대한 희토류 공급은 지속하겠다"며 보도를 전면 부인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쿼터가 40%(3만300t) 가량 줄어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가격 급등 '희토류 전쟁' 부르나
문제는 중국의 수출제한 여부와 무관하게 희토류 가격이 치솟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통신은 21일 미국을 비롯한 해외 수요자들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 확대 여부와 상관 없이 가격 급등을 점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중국의 희토류 수출 쿼터가 이미 동이 났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제프 그린 JA그린앤드컴퍼니 사장은 올 하반기 수출 쿼터가 발표된 지난 7월 이후 희토류 가격이 3~15배 급등했다고 전했다. 그는 "수입업자들은 희토류가 세관에 묶여 있거나 선적이 지연되고 있을 뿐 아직 중국 정부의 금수조치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도 "상당수는 올 하반기 수출 쿼터가 이미 소진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희토류는 친환경 하이브리드차, 절전형 가전제품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는 만큼 중국이 이를 무기로 삼게 되면 전 세계가 선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래산업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과 유럽, 일본의 무역규제당국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현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이번 사안을 국제무역기구(WTO)에 제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中 수출제한 시장 안정 조치?
일각에서는 중국이 희토류 수출 쿼터를 조절하는 게 거래시장을 안정시키는 데 꼭 필요한 조치라고 지적한다.
미 희토류 생산업체 몰리코프의 마크 스미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중국 정부가 희토류를 독점 공급하고 있다는 사실은 크게 우려할 사안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최근 수년간 내수나 생산, 거래 규모 등을 감안해 시스템적으로 희토류의 수출 쿼터를 조정해왔다"며 "이는 희토류를 둘러싼 업계 전반의 안정을 위해 유용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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