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光)공해를 줄이자-중] 휘도 기준 너무 느슨...실효성 떨어져

국제기준 5배 초과해도 규제 못해 서울시의 조례도 현상유지 인정하는 내용

(아주경제 박성대 기자) 서울시가 광(빛)공해 방지를 위해 제정한 조례에서 휘도 기준이 너무 느슨하게 적용됐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빛공해를 줄이기 보다는 현상 유지에 맞춰져 있어 실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국제기준에 비해서도 너무 낮다는 지적이다.

21일 서울시와 업계에 따르면 시는 지난 7월 '빛공해 방지 및 도시조명 관리' 조례를 제정하는 한편,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

조례는 지역특성에 맞게 제1종에서 제6종으로 구분해 건축물 표면 휘도(건물에서 빛이 반사되는 정도) 등을 지정해 빛공해를 방지하고 도시조명을 관리하도록 하고 있다.

문제는 기존에 설치된 대형건물 등의 조명시설이 공해가 될 정도로 강한 빛을 내뿜고 있지만 제정된 조례 기준에 따라 낮출 필요가 없는 것이다.

또 서울시가 설정한 휘도 기준에도 불구하고 도심 전광판 등의 표면 밝기는 국제기준(1000cd/㎡) 보다 5배 정도 높을 정도로 빛에 의한 공해는 심각한 수준이다.

서울역 앞 서울스퀘어빌딩 조명도 빛공해 논란이 있었지만 조례를 만드는 과정에서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스퀘어 아트센터 관계자는 "서울스퀘어 LED(발광 다이오드 전구) 벽면이 설치될 때 서울시와 협의가 있었다"며 "어느 정도 조례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시민은 "서울시가 관광객 유치에만 신경쓰는 것인지 아니면 보여주기 위한 것인지, 휘황찬란한 모습을 보여주는데만 열중하고 있는 것 같다"며 "강한 조명으로 일상생활에서 입는 주민들의 피해는 무신경한 것 같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도 서울스퀘어 빌딩의 일부 조명은 광공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각 조명 작품마다 휘도가 제각각이지만 서울시는 평균 광휘도(여러 조명 휘도의 평균값)만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조명이 아무리 LED로 돼 있더라도 서울스퀘어 벽면(LED 3만9336개)처럼 수 만개로 구성될 경우 여기서 뿜어져 나오는 과도한 빛 때문에 교통사고를 유발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소 김용완 박사는 "TV의 휘도가 100이라고 할 때 서울스퀘어빌딩에서 나오는 휘도는 20에서 25정도 수준"이라며 "이 경우 운전자가 TV채널의 5분의 1 정도의 빛이 전환되는 걸 보면서 운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기 때문에 자칫 사고를 부를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조모(28·경기분당)씨는 "서울 도심 사거리를 통과할 때 마다 대형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조명 때문에 접촉사고를 낼 뻔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며 "야간조명도 좋지만 과도한 조명이 오히려 일상생활을 피곤하게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조례상 평균값은 빛공해를 일으키지 않는 수준"이라며 "서울스퀘어도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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