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기림 기자) 유럽 명품업체들이 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환율전쟁의 불똥을 맞을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전 세계 명품 수요의 75%를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통화전쟁의 결과가 향후 명품 매출을 좌우하게 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전 세계 명품 매출이 올해는 지난해보다 10% 늘겠지만 달러화 약세가 지속되면 내년에 최대 45% 감소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2일 유럽 명품업체들이 약세 행진하고 있는 달러화와 위안화의 절상 속도를 예의주시하며 상황별 대응 전략을 짜느라 분주하다고 전했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명품 주류 메이커인 페르노리카는 최근의 환율 급변으로 내년 6월 끝나는 2011회계연도 수익이 크게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크게 뛰어 수출 경쟁력이 약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지난달 2011회계연도에 환율 효과로 1억2000만 유로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최근 전망치를 3000만 유로로 낮춰잡았다.
스위스 시계업체인 스와치와 프랑스 보석업체 리치몬트도 환율로 인한 매출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루카 솔카 번스타인리서치 수석 애널리스트는 "달러화 약세와 유로화 강세는 유럽 명품업계에는 악재"라며 "달러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약해져 명품 판매량아 45% 이상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현재의 수준을 고수하면 환율 요인만으로 글로벌 명품업계의 내년 매출은 최대 5% 감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지난 6월 이후 17% 가량 올랐다.
다른 한편에서는 최근의 환율 움직임이 나쁜 소식만은 아니라고 지적하고 있다. 명품업체들이 아시아 지역 수요에 크게 의존하게 되면서 최근의 아시아 통화 강세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라 후앙선 스위스앤드글로벌어셋매니지먼트 주식 부문 대표는 "아시아 지역 통화 가치의 상승은 새로운 명품족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소비자들은 전 세계 명품의 21%를 사들이고 있으며 명품시장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52%에 달한다.
FT는 여행족들이 명품 매출의 15%를 책임지고 있다는 점도 명품업계가 환율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중국 소비자들은 과거 일본인들처럼 명품을 구입하기 위해 수십시간의 비행도 마다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명품시장에서 중국인들의 구매력은 90%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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