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전쟁터'에 모인 주요 20개국(G20)의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들이 회의장 밖에서도 치열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신흥시장국의 통화가치 절상과 국제통화기금(IMF) 지분 조정 문제를 앞두고 기득권을 지키려는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22일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선진 7개국(G7) 재무장관들은 이날 오전 G20 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따로 모임을 했다.
이번 모임은 환율과 IMF 지분 문제 등 G20의 민감한 이슈를 두고 미국, 유럽, 일본 등 서로 조금씩 입장이 다른 선진국 그룹의 뜻을 모아보자는 취지로 읽힌다. 동시에 회의를 앞두고 중국 등 신흥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겠다는 의도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일본의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재무상은 회동에 앞서 환율 문제와 관련해 G20 회의에서 환율이 자국 경제의 펀더멘틀(기초여건)을 반영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경제 펀더멘틀을 반영한 환율'이란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거두는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절상해야 한다는 견해를 담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다 재무상의 이러한 발언은 일본 재무성 출입기자들만 대상으로 전해졌다는 후문이다.
유럽연합(EU)의 올리 일마리 렌 경제통화집행위원은 같은 날 오전 기자들을 만나 "이번 회의의 주요 이슈는 세계 경제의 불균형을 바로잡고 협력 방안을 합의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유럽경제ㆍ재무이사회(ECOFIN)의 순번 의장국인 벨기에의 디디에 레인데르스 재무장관도 "국제경제 환경을 반영한 균형잡힌 환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티머시 가이트너 미국 재무장관은 전날 경주에서 자국 일간지와 인터뷰를 통해 "공정한 외환정책이 무엇인지에 대한 공인된 기준이 없다"며 "주요국들이 외환정책 지침을 마련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를 원한다"고 말하는 한편 "중국 위안화가 지나치게 저평가돼 있다"고 노골적으로 비판했다.
공식 회의를 앞두고 이처럼 선진국 그룹의 고위 인사들이 언론을 통해 각자의 입장을 중구난방식으로 강조하는 것은 다음 달 열리는 G20 서울 정상회의의 이슈를 주도하고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는 목적에서 비롯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환율 문제를 어느 선에서 합의할 것인가, IMF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재분배할 것인가 등을 두고 치열한 샅바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며 "이런 까닭에 회의에 앞서 언론을 통해 이런저런 의견을 내놓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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