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진영 기자) 정보기술(IT)업종이 내년에 다시 증시 주도주로 부상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3분기 국내 IT기업들은 대부분 기대 이하의 실적을 내놓고 있고, 4분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IT기업의 예상밖 실적호전과 증시 수급개선으로 국내 IT주들도 내년엔 주도주로 권토중래할 것이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일 기준 외국인과 투신권을 중심으로 한 기관은 IT 업종을 각각 2525억원, 1011억원을 순매수했다.
이틀째 전기전자 업종를 사들이고 있는 외국인은 전날 684억원보다 3배 이상 매수 규모를 늘렸다. 기관은 8거래일째 꾸준한 매수세를 이었다.
증권가는 IT종목이 실망스런 3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4분기에는 사정이 더 악화될 것으로 입을 모았다.
LG디스플레이는 연결기준 3분기에 매출액 6조6976억원, 영업이익 182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분기 대비 4%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5%나 감소한 규모다. 지난 8월부터 급격하게 하락한 패널가격 탓이다.
4분기 영업이익 전망은 더 암울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적자전환 가능성도 점친다. 이미 현금원가 수준까지 추락한 IT패널가격과 연말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TV패널가격 때문이다.
앞서 시장예상치를 밑돈 실망스런 3분기(4조8000억원) 성적으로 주가 부진에 허덕이고 있는 삼성전자도 4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램, 낸드플래시의 평균판매단가(ASP) 하락에 따른 큰 폭의 이익감소가 예상되고, 휴대폰 부문에서도 계절적인 마케팅 비용 증가가 전망되는 탓이다.
그러나 4분기 실적이 바닥을 찍기에 앞서, 매수 시점을 가늠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조언이다.
양해정 동부증권 연구원은 "IT는 중기사이클이 이미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이익추정 하향이 많이 진행됐다"며 "이익모멘텀은 내년부터 점진적인 상승사이클을 그릴 것"이라고 평가하면서 역투자 전략으로 접근할 것을 조언했다.
미국 유럽 등지의 글로벌 IT업체들이 비교적 양호한 3분기 실적을 내놓는 것도 일각에서 제기되는 국내 IT기업의 내년 실적 우려를 덜어주는 요소다.
미국 샌디스크(SanDisk)는 3분기 순익이 지난해보다 39% 늘어났다고 밝혔다. 노키아도 전년동기 적자에서 3분기 흑자로 돌아섰다.
미래에셋증권은 "플래시카드 1위 업체인 샌디스크와 노키아의 호실적과 긍정적 전망은 삼성전자 하이닉스 LG전자의 전망에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했다.
삼성전자는 노키아의 심비안 운영체제(OS) 지원 포기로 인한 반사이익까지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매도기조와 환율은 넘어야 할 과제다. 그러나 전세계가 경제회복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긍정적인 증시환경에 따라 IT업종 주가전망도 밝다는 설명이다.
조윤남 대신증권 연구원은 "원화가 현재보다 절상돼도 2000년대초보다 높아진 한국 IT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하면 내년에도 삼성전자를 포함한 IT업종의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 IT업종은 전기전자 업종 기준 코스피산정 시가총액의 18.4%를 차지하고 있어 증시 상승의 견인차 역할도 해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agni2012@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