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체어에 앉아 꼬박 3시간 동안 기다렸다 입장했다는 왕먀오(69)씨는 장춘 지역에서 왔다고 한다. 그는 "죽기 전에 엑스포를 구경하고 싶었다"며 딸의 손을 잡고 글썽거렸다.
왕먀오씨의 말처럼 중국인들은 이번 엑스포를 보기 위해 대륙 각지에서 상하이로 몰려들고 있다. 이런 열기에 힘입어 상하이엑스포 누적 관람객수는 지난 17일 기준으로 6500만명을 넘어섰다.
이처럼 중국인들이 엑스포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은 건축면적만 4만6457㎡, 높이 69m에 달하는 붉은색 건물인 중국관에서 찾을 수 있다. 12층으로 구성된 이 건물은 엑스포 어디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내부에는 중국 22개 성과 4개 직할시의 전시관뿐 아니라 높이 6.5m, 길이 128m에 이르는 대작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등 다양한 볼거리를 품고 있다. 이 중에서도 중국인들의 발길을 사로잡는 전시물은 7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영상관이다.
이곳에서는 계급투쟁 강령을 폐기하고 개혁ㆍ개방을 선언한 1978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중국의 현대사를 그대로 담은 5분짜리 영상물이 상영된다. 쓰촨성 대지진, 베이징 올림픽 등의 영상이 흘러가면서 장내에는 여기저기 탄성이 흘러나왔다.
영상이 끝나고 난 뒤 여기저기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베이징에서 왔다는 대학생 첸난(23)씨는 "영상을 통해서 개혁ㆍ개방 이후 중국이 지나온 시간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내딛어야 할 길을 생각하면서 가슴이 벅찼다"며 소감을 전했다.
중국인들은 선동영화에 가까운 이 영상물을 통해 13억 자존심을 되새기는 동시에 앞으로 펼쳐갈 자신들의 꿈을 쏘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차이나텔레콤이나 CSSC(중국선박공업그룹) 등 대다수의 국영 기업 전시관 역시 중국의 미래를 주제로 전시관을 마련했다.
중국은 이번 엑스포 성공을 발판으로 '하나의 중국'이라는 이념아래 또한번의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사실 19세기 이후 근현대 산업사회의 발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글로벌 이벤트로 자리잡은 엑스포만큼 개최국 발전의 자극과 동인이 된 행사도 없다.
프랑스가 에펠탑을 세운 것도 파리엑스포가 직접적인 원인이었고, 일본이 내부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게 된 분기점 역시 오사카만국박람회였다. 이런 점에서 상하이엑스포는 베이징올림픽 이상으로 중국 사회에 많은 영향을 끼친 초대형 행사가 자리매김할 것이다.
GM 전시관에서 만난 지아찌다(50)씨는 "엑스포를 통해서 새롭게 비상하는 중국의 모습을 봤다"며 "중국 사회는 엑스포 이전과 이후가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확신에 찬 지아찌다의 모습은 흡사 지난 1993년 열린 '대전엑스포'에 열광했던 우리의 모습과 너무도 닮은 풍경이다. 우리가 대전엑스포를 통해서 우리의 미래를 그렸듯이 중국인들도 상하이엑스포에서 자신들의 미래를 엿보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꿈'은 지금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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