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에서 발생한 레흐 카친스키 전 폴란드 대통령 특별기 추락사고의 원인은 기장의 실수를 비롯한 폴란드 측의 잘못으로 판명 났다고 러 인테르팍스 통신 등이 21일 보도했다.
통신은 사고 조사위원회 관계자의 말을 전한 폴란드 신문 '비보르차'를 인용, "주로 조종사와 폴란드 측의 다른 잘못된 행동으로 사고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앞서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와 정부 고위 인사 등 96명(승무원 8명 포함)을 태운 대통령 특별기는 지난 4월 10일 러시아 서부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에서 착륙 직전 추락했다. 이 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희생자들은 2차 세계대전 당시 폴란드인 2만여 명이 스몰렌스크 인근의 카틴 숲에서 옛 소련 비밀경찰(NKVD)에 의해 살해당한 '카틴 숲 학살' 사건 희생자 추모행사에 참석하러 가다 참변을 당했다.
러시아를 비롯한 옛 소련권 국가들의 민간 항공기 운항을 관리하는 정부간 항공위원회(MAK) 기술위원회는 사고 직후 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지금까지 원인 규명 작업을 벌여왔다.
러시아가 주도한 조사위원회는 앞서 20일 200페이지에 달하는 조사 결과 보고서를 폴란드 측에 전달했다. 보고서 내용은 폴란드 측의 확인 작업을 거쳐 일반에 공개될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 국가항공위원회 서기 토마슈 히프키는 이와 관련 "카친스키 전 대통령 특별기의 운항 과정에 많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며 "물론 러시아 측의 동의 하에 이루어진 운항이었지만 이 동의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카친스키 대통령이 반(反) 러시아 성향 때문에 러시아 측의 초청 없이 카틴 숲 희생자 추모행사 참여를 강행했고, 이 과정에서 러시아 측과의 특별기 운항 조율에 문제가 있었다는 점을 시사한 발언이었다.
히프키는 이어 "조사위원회의 결론은 확실한 자료에 근거하고 있어 논쟁의 여지가 없다"며 "이번 보고서가 폴란드 측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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