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100 - 분양광고

도서소개 '한시미학산책'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0-10-27 21:2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한시미학산책 / 정민/ 휴머니스트
 
가을 풀 고려 때 절
남은 빗돌 학사의 글.
천 년을 흐르는 물
지는 해에 돌아가는 구름을 본다.
 
백광훈(1537~1582)의 ‘홍경사에서’란 작품이다. 이 시를 풀이하면 다음과 같다. 가을 풀은 여름날의 번화함을 뒤로하고 시들어간다. 그 풀과 같이 예전의 영화는 간데없이 퇴락한 절, 예전 학사의 명문을 새긴 비석에는 세월이 할퀴고 간 상처만 남았다.
 
그 글을 쓴 사람은 이미 가고 없지만 그래도 글만은 남았다. 천 년을 쉼 없이 흐르는 물, 물은 흘러갔건만 언제나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 위에 해는 지고 구름은 다시 온 곳으로 돌아간다. 하루가 가고, 한 해가 간다. 구름은 왔던 자리로 돌아가고, 인간도 결국은 흙으로 돌아간다.
 
한시는 이미지의 구성이 탄탄하고 함축이 유장하다. 이 때문에 한시의 감상은 매우 지적이고 감성적인 바탕이 요구된다. 시에서 등장하는 사물은 제 스스로 성색정경(聲色情境)을 갖추고 있다. 이것이 시인의 입과 손을 빌려 언어로 형상화 되는 것이다. 사물이 가진 의미를 독자가 스스로 듣는다.
 
1920년대 이미지즘 시인 아치볼드 매클리시는 ‘시의 작법’이란 시에서 “시는 의미해서는 안된다. 다만 존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 편의 훌륭한 시는 시인의 진술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상을 통한 객관적 상관물의 원리로써 독자와 소통한다. 시인은 하고 싶은 말을 직접 건네는 대신, 대상 속에 응축시켜 전달한다. 

 시는 시인의 표면적 진술이 중요하지 않다. 단어와 단어가 만나 부딪치는 스파크, 충전된 에너지 속에서 살아 숨쉬는 생취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 행간에 감춰진 울림, 언어의 발자취를 벗어나 허공에 매달려 있는 떨림을 느끼는 것이 한시의 미학이다. ‘한시 미학 산책’은 전통과 창작이 아름답게 그려졌다. 24가지 테마로 묶여진 한시와 해석을 통해 옛 조상들의 인문정신을 느낄 수 있다. 현대생활에서 잊고 있던 새로운 담론의 체계가 담겨있다.
seven@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