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장용석 기자) 25일로 예정됐던 기업형 슈퍼마켓(SSM) 규제 관련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가 무산됐다.
앞서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SSM 관련 2개 법안 가운데 ‘유통법’ 개정안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우선 처리하고 ‘대·중소기업상생협력촉진법(상생법)’ 개정안은 정기국회 회기가 종료되는 오는 12월9일 전까지 처리키로 합의했으나, 민주당이 이날 유통법 개정안 처리를 위해 소집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응하지 않으면서 본회의 의결도 결국 ‘없던 일’이 되고 말았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정부·여당이 (SSM 관련 법 처리에 대한) 내부 조율을 하지 못하고 야당과의 합의 사항을 깼다”면서 “두 법안의 순차처리라는 여야 간 합의도 깨졌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미 지난 4월 임시국회 당시 △재래시장 반경 500m 내에 SSM이 입점할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유통법’ 개정안과 △대기업의 투자 지분이 51% 이상인 SSM 가맹점도 사업조정 신청 대상에 포함토록 하는 내용의 ‘상생법’ 개정안을 지시식경제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합의 처리한 바 있다.
그러나 이후 법사위로 넘어온 이 법안은 “유럽연합(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과 관련해 통상마찰의 소지가 있다”는 통상당국의 반대로 그간 처리가 지연돼왔다.
이와 관련,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민주당 FTA특별위원회 주최 간담회를 통해서도 “상생법 개정안이 처리되면 EU에서 강력하게 문제 제기할 것이다. 이미 영국과 EU 측으로부터 7차례의 관련 서한이 온 만큼 (법 개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박 원내대표는 “김 본부장의 발언은 있을 수 없는 얘기다”면서 “이에 대한 정부·여당의 책임을 묻고 대책을 강주하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최고위원도 이날 회의에서 “SSM 관련 법 처리는 신뢰의 문제다”면서 “다른 야당과 공조해 상생법과 유통법의 정기국회 중 동시처리를 관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그는 김 본부장을 겨냥, “통상교섭의 책임자로서 FTA와 관련해 명백한 협상실패를 저질렀다. EU국가에 우리 SSM 업체가 들어갈 땐 사실상 ‘허가제’를 못박은 반면, 우린 전면 개방을 했다”고 비판한 뒤 “법을 먼저 개정하고 그 법과 충돌하는 협정문은 재협상을 해서라도 고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 이정희 대표를 비롯한 민주노동당 의원단도 이날 법사위원장인 우윤근 민주당 의원과의 긴급 면담에서 “유통법만 단독으로 상정, 처리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우위영 대변인이 전했다.
우 대변인은 “유통법만의 처리론 중소영세상인을 보호할 수 없다. 상생법과 반드시 함께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당초 오전 9시30분 열릴 예정이던 법사위 전체회의는 열리지 못했다.
한편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유통법 처리 문제와 관련, “여야 간에 조속히 처리될 수 있도록 협의해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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