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편집국 ) 한미 양국은 25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원자력협정 개정 제1차 회의를 가진 것을 시작으로 오는 2014년 만료될 현재의 협정 개정 작업에 착수했다.
이날 첫 협상은 상당히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는 것이 한국 대표단의 전언이다.
우리 대표단은 한국이 핵비확산 정책에서 미국의 확고한 파트너라는 점과 새 협정은 미래의 원자력 협력 강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날 논의의 중심은 그동안 한국이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방안의 하나로 추진해 왔던 파이로 프로세싱(건식처리공법) 문제에 맞춰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우리 측은 파이로 프로세싱이 핵확산 가능성은 적은 대신 사용후 핵연료의 재활용성을 높일 수 있는 기술이라는 입장을 보여온 반면 미국은 경제적.실용적 측면뿐만 아니라 핵확산 측면에서도 부정적 의견을 적지 않게 제기해 왔다.
양국은 일단 이번 협의를 통해 파이로 프로세싱을 포함한 사용후 핵연료 관리 방안에 관한 공동연구 수행에 사실상 합의하고, 공동연구의 범위 및 일정에 관해 양국 기술 전문가들이 조속한 협의를 갖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양국 전문가 협의가 조만간 시작될 예정이지만, 양국이 파이로 프로세싱과 관련한 공통의 함수를 최종적으로 도출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가장 중요한 것은 파이로 프로세싱이 핵확산 가능성이 적은 사용후 핵연료 재활용 기술이라는 우리 입장에 미국 전문가들의 동의가 적다는 점에 있다.
특히 미국의 비확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의 파이로 프로세싱 기술 개발 방침에 색안경을 끼고 보는 시각이 주류인 상황이다.
이런 점을 반영한 탓인지 이날 첫 협상에서 로버트 아인혼 미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를 비롯한 미국 측 대표단은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과도한 한국 언론의 관심에도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 정부가 2014년 만료될 예정인 현재의 협정 개정 문제와 파이로 프로세싱 문제를 분리해 처리해 나가겠다는 `투 트랙' 전략을 세운 것은 전반적인 이런 미국 내 기류를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투 트랙' 전략이란 파이로 프로세싱 문제 때문에 중요한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전체를 망치지는 않겠다는 전략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 앞으로 파이로 프로세싱 문제는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과 분리돼 진행될 예정이다. 이 때문에 추후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리 정부는 현 협정 개정협상 완료 전에 파이로 프로세싱 공동연구 결과나 협의 결과가 나오면 이를 협정에 반영한다는 입장이지만, 현재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연구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실성은 적다.
결국 양국이 그동안 논란이 돼 왔던 파이로 프로세싱에 대한 공동연구에 사실상 합의했지만, 구체적 연구 범위와 기술의 실용성 판단, 핵확산 저항성 정도에 대한 평가 등 구체적 논의나 연구 과정에서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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