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서준환(40) 씨가 신작 소설집 '고독 역시 착각일 것이다'(문학과지성사)를 펴냈다. 소설집으로는 '너는 달의 기억' 이후 6년 만으로, 표제작을 비롯해 중.단편 5편을 묶었다.
작가는 지난달 출간한 첫 장편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바흐의 음악을 언어로 변주하는 전위적인 작품 세계를 선보였다. 이번 소설집도 손에 잡히는 이야기보다는 경계를 넘나들며 언어에 대한 고민과 복합적인 사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표제작은 프랑스의 한국 유학생 이야기다. 소설은 "그가 가철본의 소책자에 남긴 기록은 이러했다"로 시작된다. 이때부터 '그'는 '나'가 된다.
노트 속 '나'가 베트남 사람으로 보이는 트란과 쑤안 남매와 만나고 그들에게 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이야기는 흘러간다. 이 기록을 쓴 '나'와 이를 읽는 '나'가 교차하면서 독자를 환각과 착각 속으로 이끈다.
"밤새도록 내 말에 귀 기울여준 너에게 감사한다. 나는 이게 우정이라고 생각했다. 그가 쓴 글은 거기까지였다. 그의 기록은 고독했지만 그것 역시 착각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겉장을 보니 이 기록에는 아직 아무런 제목도 붙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가철본의 겉장에 고독 역시 착각일 것이다라고 내 나름대로 정한 제목을 적어 넣은 후 그 소책자를 덮었다."(109쪽)
그 외 한국에서 '나'를 만난 적이 있다는 프랑스 약사의 거짓말 속으로 빠져드는 '여명을 여는 풍적수', 실어증을 소재로 한 '메아리', 동화 '빨간두건'에서 영감을 얻은 '해몽', 인디언 설화 형식을 빌려온 환상소설 '이보가 나무' 등을 실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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