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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박병문 |
실질금리 마이너스 시대를 맞아 시중 유동성이 풍부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식시장의 향방을 결정하는 수급의 중심은 외국인이다. 최근 시장의 흐름을 보면 1900선 안착에 대한 3번째 도전의 성공여부 역시 외국인의 손에 달린 것 같다.
그러나 이러한 외국인 중심이라는 구도는 이미 최근의 몇 차례 등락 장세에서 나타났듯이 단기 수급을 불안정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국내기관의 뒷받침이 없으면 이런 불안정한 패턴은 계속 반복될 수 밖에 없다고 보며 단기적으로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하반기 들어 국내시장에 들어온 외국자금에는 원화강세 속에 단기 환차익에 베팅했던 자금이 상당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9월의 대규모 외국인 매수를 주도한 국가는 룩셈부르크와 네델란드로 나온다.
그 뒤를 이은 것이 미국, 싱가폴, 아일랜드 등인데, 상위 5곳 중 룩셈부르크와 네델란드, 아일랜드 등 3곳이 조세를 감면 받는 곳에 속한다. 전체 외국인 매수분 중 이들 3곳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에 달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우리기업들의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곳이 미국과 영국 등인 것을 감안하면 외국인 매매의 상당부분이 단기성향을 띠고 있을 가능성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환율변동은 펀더멘털 측면에서 기업이익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며 수급측면에서 외국인 자금의 방향성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우리와 같이 외국투자가 비중이 높은 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는 후자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로 인해 주식시장의 외국인 순매수와 외환시장의 원화강세는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주가와 환율이 마냥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기는 어려운데 환율하락세가 커지면 환차익 기대가 희석되면서 수출관련 기업들의 이익훼손이 악재로 부각되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증시에 대한 외국인들의 대응이 언제나 이런 형태를 보인 것은 아니다. 환율하락을 커버해낼 정도로 글로벌경기가 좋다거나 한국주식의 비중을 늘려갈 다른 이유가 존재한다면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우리증시의 대표종목에 대한 매수를 지속하기도 한다.
그러나 현재는 어닝시즌임에도 이익모멘텀이 강하지 못하다는 부담을 지니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들이 상당기간 저성장 국면을 탈출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이익모멘텀 형성을 제약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경주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의 결과를 시장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현재 지구촌 경제의 가장 예민한 환율이라는 이슈에 대해 공조의 얼개가 만들어진 것은 다행스럽다.
회의 이후 달러약세와 아시아통화 강세라는 흐름은 대체로 큰 변화 없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러나 이번 합의가 원론적인 수준의 성명서를 냈을 뿐으로서 이행에 대한 구속력이 부족한 것은 여전히 부담이다.
향후 미국의 양적완화를 둘러싼 갈등에도 주목을 해야 할 것이다. 지난 10월 15일 버냉키 연준의장의 신중했던 연설이 양적완화 규모에 대한 의구심을 불러온바 있다.
아시아 주요국에서는 버냉키의 발언을 전후로 외국인들의 매수강도가 줄어든 모습도 나타났는데, 미국의 양적완화 규모가 크지 않다면 달러약세 흐름이 제동이 걸리면서 글로벌 유동성 흐름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부담이 생긴 것이다.
이는 우리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에도 일정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비슷한 시기에 미국의 중간선거가 놓여있고 11월11일에는 G20 정상회담이 대기하고 있다. 글로벌 증시가 대형재료들의 영향권에 빠르게 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요 이슈들의 향방을 확인하는 것에도 세심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기고=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 박병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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