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석림의 인터그레이션] 원천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이다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체외진단 기기 업체인 씨젠의 직원들이 스톱옵션(주식매수선택권) 행사로 30배(3010%)의 차익을 거두며 대박을 터뜨렸다는 보도가 최근 화제다.

2000년 회사 창립 후 자본잠식 위기까지 몰리는 어려운 고비를 맞이하기도 했지만 연구개발 만큼은 포기하지 않았던 결과다.

이 회사는 독자적 특허 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글로벌 경쟁업체와 비교해도 될 만큼 기술수준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갖추면 회사의 가치가 급등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다.

비단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어려운 고비를 극복하고 고성장을 달리는 회사는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같은 사례는 바꿔 말하면 원천기술 없이는 회사의 미래 역시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프린터 시장도 마찬가지다. 세계 프린터 시장은 1000억 달러 규모를 넘는 거대한 시장이다. 메모리시장보다 더 큰 황금시장이다.

하지만 이렇게 거대한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진출한 기업은 많지 않다.

그만큼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이다. HP, 엡손, 캐논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의 틈새에서 우리나라는 삼성전자만이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07년 프린터 사업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낙점하며 휴대폰, TV와 함께 초일류 명품 브랜드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하며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으나 세계 시장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또 다른 국내 A사는 지난해 초 기업용 레이저 프린터 출시 이후 프린터 사업을 아예 접었다.

프린터 시장 인지도 확보가 어려운 이유는 바로 원천기술의 부재 때문이다.

HP 등이 프린터기기에 대한 원천기술의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어 후발업체들이 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그만큼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HP프린터는 이제 클라우드 단말기로의 진화를 이루고 있다. 지난 18일 기자는 싱가포르의 리젠트 호텔에서 열린 ‘HP 이노베이션 회의’에 참여했다.

이날 HP는 e프린트 기능을 잉크젯 복합기뿐 아니라 레이저 프린터, 디자인젯과 같은 플로터에도 확대 적용하겠다며 기술력을 한껏 뽐냈다.

프린터에 고유의 이메일 주소를 부여하고 클라우드를 통해 전 세계 어디에서나 해당 이메일로 문서를 보내면 프린터가 어디에 있던 인쇄가 가능해졌다며 직접 시연하기도 했다.

노트북이나 넷북은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첨단 디지털 기기까지 지원하고 다양한 운영체제와 플랫폼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날 회의에서 존 솔로몬 HP 이미징 프린팅 그룹 아시아 태평양 및 일본지역 수석 부사장은 “이제 프린터는 단순히 PC 주변기기가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에 연결해 콘텐츠를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다시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바꿔줄 수 있는 제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HP는 오랫동안 축적해온 IT 지식과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프린터에 적절히 이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이는 그 어떤 경쟁사도 흉내 낼 수 없는 능력”이라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우리나라에서 프린터 라인업을 갖춘 회사가 단 한 곳 밖에 없다는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렸다.

지난 18일 이명박 대통령은 "우리 경제가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원천기술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쟁력 유지와 원천기술 확보를 통한 정보기술의 자립을 위한 노력이 더욱 절실하다. 과학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인력양성과 함께 기초·원천분야 연구개발에 더욱 매진해야 한다. 

ksrkwo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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