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오토데스크, 마이크로소프트(MS) 등과 같은 다국적 소프트웨어 업체가 중국 해적판에 맞서서 ‘가격 인하’라는 맞불 작전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중국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단속이나 법적인 대응에도 불구하고 중국 해적판이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새로운 돌파구 마련에 나선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해외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정품 가격을 낮춰 판매하기 시작하면서 그 동안 저조했던 판매량이 점차 늘어나는 등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고 26일 보도했다.
오토캐드 등과 같은 소프트웨어로 개발로 유명한 다국적 기업 오토데스크는 지난해 중국 내 정품 판매 가격을 대폭 내린 이후 지난 7월 라이선스 등록 수가 갑절 이상 증가해 약 30만건까지 치솟았다.
MS도 작년 중국 시장에서 윈도우 7 홈 베이직 버전을 미국 현지 가격인 199.9달러(한화 22만5000원 가량)의 3분의 1 수준도 안 되는 399위안(한화 7만원 가량)에 내놓았다.
특히 MS는 그 동안 1~2달러짜리 싸구려 해적판과는 경쟁할 가치도 없다고 여기면서 중국에서도 미국 현지와 거의 동등한 가격을 고수해 왔었다.
그러나 해적판에 대한 법적인 대응 효과가 미미하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시작하면서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한 것.
사이먼 룽 MS 중국 사업부 대표는 “판매가격 인하로 MS 정품 판매량은 ‘확실히’ 증가했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가격을 인하하면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며 "하지만 판매량이 대폭 증가하면서 가격 인하로 인한 수익 감소 폭을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광난 중국 공정원(工程院) 박사는 “업체들이 각 지역별 소득 수준에 맞게 소프트웨어 판매가를 조절하는 것은 매우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밝혔다.
업계 전문가들은 제품의 가격 인하가 해적판 소탕의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최소한 중국 내 판을 치고 있는 해적판 시장에 타격을 가하고 중국 소비자들의 정품 사용에 대한 인식을 제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윌리암스 오토데스크 아시아태평양 지역 부사장도 “제품 가격 인하를 통해 중국 소비자의 정품 이용의 구매 장벽을 최대한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 기구 IDC에 따르면 중국은 현재 미국에 이은 전 세계 2대 개인 컴퓨터(PC) 시장으로 떠올랐다. 올해 중국 내 PC 출하량은 전년 동기 대비 25% 뛰어 6700만 대에 달해 미국의 7800만대 규모를 바싹 뒤좇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올해 중국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는 58억 달러로 전 세계 8위에 그칠 전망이다. 1436억 달러(예측치) 규모의 미국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새 발의 피’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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