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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잔의 차향에 취하고 한 폭의 풍경에 취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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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0-10-27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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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의 숨겨진 보물인 득량강골전통마을의 열화정. 앞에 있는'ㄱ자' 모양의 연못 연정와 어우러져 한폭의 수채화 같은 풍경이다. 열화정의 아름다움은 있는 듯 없는 듯 자연과 조화를 이룬 소박함에 있다.

(아주경제 윤용환 기자)   10월의 끝자락에 찾아온 ‘녹차의 고장’ 보성도 이미 가을 옷으로 갈아입고 있다.

길가의 은행나무 잎도 제법 노란 물이 들었다. 추수가 끝난 너른 들판은 풍요했던 흔적만 남긴 채 바닥을 드러내고 그 위로 소슬한 바람이 할퀴고 지난다.

보성에는 숨겨진 보물이 하나 있다. 득량강골전통마을이다. 인터넷에 득량 정보화 마을을 검색하면 비교적 소상하게 나온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강골마을의 아름다운 속살을 설명하기에는 어림도 없다.
어렵게 찾은 강골마을의 첫 인상은 그저 그랬다. 넓은 득량들을 앞에 두고 경전선(慶全線)이 마을 앞을 지난다. 뭐 특별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마을 안으로 들어가면 마을 중앙에 범상치 않은 솟을대문이 일행을 맞이한다.

전형적인 남도식 평면구조를 보여주는 전통한옥양식을 잘 보존하고 있다. 이 집은 조선 헌종 1년인 1835년 이진만이 지었다고 한다. 안채는 남자들이 거처하고 활동하는 공간인 사랑채, 출입문과 연결된 문간채, 곳간채 등으로 구성돼 있다. 남정네만의 공간이다.

내당은 여인들이 거처하고 활동하는 공간으로 몸채 또는 내당(內堂)이라고도 부른다.

내당은 집안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안방마님의 거처와 마루방, 그리고 시집안간 처녀들이 거처하는 위채를 이루고 있다. 작은 문을 들어서면 마당을 앞에 두고 지금은 없어졌지만 야트막한 담의 흔적이 남아있다. 원래 목적은 문을 열더라도 안채를 엿보지 못하게 막아놓은 일종의 칸막이다. 여인네들의 사생활을 보호해주기 위한 조치란다.

안방마님의 방 옆으로 누마루가 보인다. 자리에 올라앉으니 바깥 남정네들의 공간인 안채와 머슴들이 일하는 마당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한마디로 집안의 모든 대소사를 관장하는 자리다.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앞에 보이는 산이 오봉산이다. 실제보다 가까이 보이는 이유는 지형을 이용한 전통 조경법인 ‘차경법’을 이용한 건축양식 때문이다. 갇혀 사는 여인네들을 위한 배려다.

오봉산 꼭대기의 바위는 마치 공부하는 동자의 모습이다. 열심히 설명을 하던 이정민 전남 도의원은 "그래서인지 이 동네에서 대법관, 국회의원, 판·검사들이 많이 배출됐다며 범상치 않은 마을"이라고 자랑이 대단하다.
정작 본인은 어릴 적 큰 인물이 난다는 바위 전설 때문에 공부하라는 어른들의 성화에 무척이나 힘들었다며 너털웃음이다.

대문을 나와 5분여를 오르면 열화정(悅話亭)이 나온다.

돌담 벽을 따라 오르는 골목길은 마치 조경을 해놓은 듯 깜짝 놀랄 만한 풍경이다.

세월은 반영하는 듯 돌담을 뒤덮고 있는 이끼와 축 늘어진 버들에 대나무가 마치 한 폭은 수채화 같은 길이다. 그 길 끝에 열화정이 자리 잡고 있다.

남도의 대표적인 정자라면 담양의 소쇄원을 들 수 있다. 소쇄원이 화려하다면 열화정은 수줍은 처녀와 같이 꼭꼭 감춰져 있다.

주변 환경과 완벽한 조화를 이룬 소박한 건축양식은 인공적인 조형물이 아니라 마치 자연의 한 부분인양 있는 듯 없는 듯 자리 잡고 있다. 정자에 서면 시심이 절로 일 것만 같다.

열화정은 1845년 조선 헌종 11년에 이진만이 후진양성을 위해 세웠다고 한다.

열화정은 말 그대로 뜨거운 대화를 나누는 곳이다.

이곳은 선비들이 자연을 즐기면서 시와 자연을 즐기던 곳이다.

학문을 수양하거나 학문을 가르치던 강학의 공간이요, 씨족끼리 종회나 마을 사람들이 동회를 하는 만남과 소통의 공간이다.

열화정 앞으로 ‘ㄱ자형’ 연못 연정이 자리 잡고 있다. 열화정을 옮겨 연정에 세우면 딱 맞는다고 한다. 정자와 연못을 같은 크기와 모양으로 만든 옛 선인들의 지혜가 놀랍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열화정의 풍경이 눈에 많이 익다.

알고 보니 차승원 주연의 영화 ‘혈의 누’와 ‘서편제’의 오정해 누마루 장면, 그리고 ‘불꽃처럼 나비처럼’, ‘태백산맥’의 촬영 장소란다. 듣고 보니 장면 장면이 그대로 떠오른다.

강골마을을 나와 보성 녹차 밭으로 10여분 달리다보면 쇠실마을이 나온다. 이곳은 일본제국주의 시대 김구선생이 일본 경찰을 피해 한 달 보름을 숨어 있던 마을이란다. 보향다원에 내리니 강아지 ‘수능이’가 쪼르르 달려와 우리를 맞이한다. 언젠가 녹차 먹는 강아지로 방송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놈(?)이다. 

   
 
25년 차 공부 끝에 황금차를 개발해 올해의 신 농업 지식인상을 받은 최영기 보향다원 대표.

보성은 높은 일교차와 공중습도로 차를 재배하기는 국내 최적지다.

차 꽃은 10월부터 12월에 핀다. 한 나무에서 다 피는 것이 아니라 반은 피고 반은 열매를 맺는다. 그래서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 부른다.

꽃봉오리를 냉동 보관했다가 뜨거운 물에 띄워 마시면 향이 아주 그만이다.

차 공부만 25년을 했다는 최영기 보향다원 대표는 친절하게 설명에 나섰다. 최 대표는 황금차 생산으로 올해 신 농업 지식인상을 받았다.

황금차는 금 콜로이드 상태의 용액을 물에 희석시켜 차나무 뿌리부분에 뿌려서 재배한다. 차 1kg에 체내 흡수가 가능한 100~120마이크로그램 정도 금 성분이 포함돼 있다. 금 성분은 체내에서 항산화 작용, 혈액순환 촉진 두뇌활동 활성화, 난치병 예방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외국에서는 연구가 활발하다.

일부 금 성분이 포함된 상품이 시중에 나와 있지만, 시각적 효과만 있지 체내 흡수는 되지 않고 바로 배출이 된다.

황금차는 신라호텔에서 판매하고 있다. 가격은 금 녹차가 80g에 120만원, 금 발효차는 130만원에 팔리고 있다. 해외에는 ‘Gold Tea’라는 브랜드로 커피의 본고장 비엔나 하센하스타에서 판매한다. 가격은 일반차 100g에 10유로(한화 약 1만5400원), 일본 최고급차가 30유로(한화 약 4만6000원)에 판매되지만, 황금차는 무려 820유로(한화 약 128만원)에 팔리고 있을 정도로 최고의 품질을 자랑한다. 크루넨 자이퉁 등 오스트리아의 유력지 일간지에서도 화제가 됐다.

최 대표는 차를 완성했을 때 꽃향(전문가들 용어로)이 뜨면 새벽이라도 벌들이 몰려온다며, 그때 가장 큰 희열을 느낀단다. 이곳에서는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차 만들기 체험행사도 열린다.
전남 보성·해남=글·사진 윤용환 기자happyyh63@

   
 
전남 해남 땅끝마을의 별미 삼치회.
◇해남의 별미 삼치회

요맘때 해남에 가면 삼치회가 제철이다.

삼치구이는 알아도 삼치회라니…. 제 딴에는 생선회를 좋아한다고 자부했지만 생소하다.

먹는 방법도 참 특이하다. 맨 김에 뜨거운 밥을 조금 올리고 삼치회 한 점을 매운 고추 간장 양념에 찍어 먹거나 묵은지를 올려서 먹는다. 비릿할 것 같지만 생각보다 담백하다. 간장 양념 맛도 괜찮지만, 묵은지를 올린 것이 입맛에 딱이다.

삼치회는 특히 땅끝 마을이 있는 송호면 쪽 사람들이 좋아한다. 땅끝마을의 이형임 동산회관 주인은 언제든지 먹어도 좋지만 제대로 살이 오른 9~10월이 최고다. 삼치는 성질이 급해 잡히는 순간 죽는다. 살이 물러지기 전에 살짝 냉동해서 먹으면 씹는 맛이 더욱 좋아진다. 

happyyh63@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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