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더빌은 금융과 이타심을 미덕으로 여겼던 1700년대 초 '돈과 도덕'의 문제를 제기하며 영국을 비롯한 유럽 사회를 발칵 뒤집어놨던 인물이다.
익명으로 발표한 풍자시 '투덜대는 벌집'을 바탕으로 1714년 '꿀벌의 우화'를 출간한 그는 이기심이 경제행위의 동기라고 주장했던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가 1776년 '국부론'을 쓰기 한참 전에 이기심이 세상에 보탬이 된다는 주장을 폈다.
'꿀벌의 우화'의 부재인 '개인의 악덕, 사회의 이익'은 그의 생각을 단적으로 설명해준다.
악덕을 옹호하는 주장으로 '인간 악마'로 불렸던 그는 금욕과 이타심은 위선일 뿐이며 악덕이란 욕심이야말로 경제를 살리는 원동력이라고 주장해 당시 기독교 도덕관에 정면 도전했다.
사치 역시 생산을 늘리고 일자리를 만들어준다고 주장했다.
사치는 가난뱅이 백만에 일자리를 주었고/ 얄미운 오만은 또 다른 백만을 먹여 살렸다/ 시샘과 헛바람은 산업의 역군이니/ 그들이 즐기는 멍청한 짓거리인/ 먹고 쓰고 입는 것에 부리는 변덕은/ 괴상하고 우스꽝스러운 악덕이지만/ 시장을 돌아가게 하는 바로 그 바퀴였다"('투덜대는 벌집' 중)
책을 번역한 최윤재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맨더밀의 가장 큰 공헌은 "사람과 사회를 있는 그대로 보려 했다는 것"이라면서 사치를 오늘날 경제학에서 쓰는 중립적인 용어인 소비에 가깝게 이해한 것도 시대를 앞선 것이었다고 평가한다.
최 교수는 또 맨더빌과 아담 스미스를 비교하면서 두 사람이 다 이기심을 경제 원동력으로 보긴 했지만 스미스는 이기심의 해악을 다스려 사회 이익에 도움이 되는 길을 찾고자 노력했다면서 맨더빌의 사상은 오히려 성악설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의 법가 사상가 한비자와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한다.
최 교수는 풍자시 '투덜대는 벌집'을 비롯해 미덕은 어디에서 오는가, 사회의 본질을 찾아서, 자선과 자선학교 등 '꿀벌의 우화' 1723년 개정판에 수록된 글 3개와 주석 3개를 우리 말로 번역해 소개했다.
문예출판사. 340쪽. 1만7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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