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은영 기자) 2003년 국내 처음으로 지정된 이후 지금까지 '한국 국제화의 상징도시'로 인식되고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 그러나 올 들어 송도는 '외국기업 없는 경제자유구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인천경제구역 개발계획은 무엇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인지 불분명한 상황에서 이제껏 장밋빛 미래만을 쏟아내어 왔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서 발간한 백서를 보면 이 사업은 IT,BT, NT를 포함한 첨단산업, 물류중심, 금융중심, 관광, 레저허브, 비즈니스허브 등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온갖 산업이 다 등장한다.
또한 1일 비즈니스 가능인구가 20억 명이며 인천공항 3.5시간 비행거리 이내 인구100만 이상 도시61개 등 경제특구와 관련 없는 딴소리를 인천의 경쟁력으로 제시해 왔다.
경제자유구역의 건설이유는 외국기업의 직접투자 유치이고 새로운 기업을 인천으로 유인하는 것이다. 그러나 송도국제도시에는 외국기업이 별로 없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에 따르면 현재 송도국제도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모두 3억2200만달러다.
2020년까지 외국인투자 유치 계획(62억1000만달러)의 5.2% 수준이다. 10년이 남았다고 하지만 현 상태라면 20년이 남아도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게 국제도시 관계자들의 '고백'이다.
외자유치 핵심 지역인 국제업무단지 지구는 이 지구 개발을 맡고 있는 미국 게일사의 3,350만달러 투자가 유일하며 목표의 1.6%에 불과하다. 더구나 인천시는 게일사가 주도하는 송도개발유한회사(NSIC)와 외자·기업 유치 관련 계약을 하면서 외국기업이 투자 계약 후 이를 실행하지 않아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조항을 받아들였다.
이 때문에 2007년 모건스탠리에서 3억5,000만달러를 유치했으나, 이듬해 금융위기로 계약이 취소됐어도 이를 제재하지 못했다.
첨단산업단지 외자유치는 상대적으로 나은 편이지만 이 역시 당초 계획에 비하면 저조하다. 현재 입주계약을 체결한 29개 외국기업들의 FDI(외국인직접투자) 신고액은 2억1,870만달러로 계획 대비 23%의 실적을 보이고 있다. 외국대학·연구소 유치에 따른 외자유치도 2,050만달러에 그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송도가 국제도시 기능보다는 '수도권 베드타운'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다. 아파트만 들어설 뿐 정작 필요한 외국기업들이 입주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은 비판과 우려를 받고 있는 것이 바로 국제도시의 Bed-Town화다. 생태파괴의 우려를 안고 갯벌을 매립해 만든 경제자유구역에 고작 무미 건조한 아파트들만 줄줄이 들어서고 있어 멀리서 송도를 바라보면 아파트 일색인 여느 도시의 모습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송도국제도시의 풍림아이원 아파트1-4단지 및 웰카운티 아파트 등의 아파트 단지들도 이미 다 완공된 상태이나, 분양률에 비해 입주율은 높지 않다.
개발되는 지역이 늘 그렇듯 부동산 투자목적으로 분양받은 것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나마 한동안 치솟던 부동산 가격의 거품조차 이제는 가라앉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6·2지방선거 때 송영길 인천시장은 “구도심 개발과 속도를 맞추기 위해서라도 신도시의 주거지 공급을 줄여야 할 시기다”라는 당선 포부를 밝혔다.
이어 송 시장은 “주거지역을 가능한 한 줄여야 한다는 뜻에는 변함이 없지만 지역의 부동산 가격에 민감하게 작용하는 부분이 있어 성급하게 몇 %의 비율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는 어렵다”며 “주기적인 재검토 후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국제도시라는 콘셉트로 외자유치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지난 2006년 당시 안상수 전 시장은 3~4년 내에 외자유치 등의 모든 일이 마무리된다고 했으나 4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기존 계획과 거리가 있다.
65층짜리 동북아트레이드타워 역시 내부적으로 완공이 더뎌지고, 아시아 랜드마크를 표방하던 151층 인천타워 완공 계획도 매번 미뤄지고 있다.
물론 갑자기 터진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자유치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자유구역의 ‘국제화’라는 콘셉트를 살리지 못해 개발 방향이 엉성하게 된 점이 문제점으로 손꼽히고 있다.
허장성세(虛張聲勢)라는 말이 있다. 뜻을 풀자면 내용과 실력이 부실한데도 허세를 부리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현재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진행과정을 잘 표현한 사자성어라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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